뉴진스, 이젠 가요 시상식보다 '슈가맨'이 가까워진 그룹 [MD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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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작년 이맘때만 해도 '대상 예약'이라던 그룹 뉴진스의 처지가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17일 서울고법은 뉴진스 멤버 5인이 제기한 전속계약 가처분 항고를 기각했다. 그에 앞서 법원은 어도어가 요청한 간접강제 신청까지 인용, 멤버들이 소속사 동의 없는 연예 활동을 하면 1인당 10억 원씩 물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독자 노선은 사실상 봉쇄된 셈이다.

뉴진스 측은 "신뢰가 이미 파탄 났다"며 어도어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어도어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멤버들이 다시 ‘뉴진스’라는 제자리로 돌아와 활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문제는 시간이다. 본안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길게는 2~3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 있고, 패소 시 천문학적 위약금까지 떠안을 수 있다. 그 사이 K팝 시장은 쉴 새 없이 새 얼굴로 채워진다.

K팝에서 2~3년 이상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레전드급 히트곡이 있더라도, 그 공백은 시청자에게 "요즘 뭐 하지?"라는 거리감을 안긴다. 뉴진스가 ‘하입 보이’·‘디토’의 기억으로 5년 뒤에도 음원 차트 상위권에 머물 거라 장담하긴 어렵다.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 출연한 팀들 또한 데뷔 초엔 가요 시상식 단골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신곡보다 추억만 남은 ‘레전드’로 소환됐다.

뉴진스 / 게티이미지코리아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할까. 우선 멤버들이 어도어로 돌아가 새 프로듀서와 타협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선을 그었지만, 법적·금전적 부담을 감안하면 현실적 선택지로 거론된다.

물론 본안 소송을 완주하는 길도 있다. 최종 판결을 받아낸 뒤 결과에 따라 계약 해지 또는 손해배상을 감수하는 길이다. 다만 재판부가 연속으로 ‘뉴진스 패’ 결정을 내린 만큼 뒤집을 만한 새 증거가 없다면 전망은 밝지 않다. 위약금을 무는 방법도 있겠지만 여기에도 4000~6000억 원이라는 마찬가지로 천문학적인 액수가 요구된다.

결국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브랜드 가치는 빠르게 희석된다. 히트곡이 주 단위로 쏟아지는 현 K팝 생태계에서 ‘추억 소환’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즉 계약 위반이냐, 해지 정당이냐의 공방이 길어질수록 팀의 존재감은 흐려진다. 대중은 아무리 빛난 그룹이라도 무대에서 사라지면 점점 잊는다. 가요 시상식 대상을 휩쓸던 10대 걸그룹이, 1년 만에 ‘슈가맨’, '근황올림픽' 같은 단어로 이어지는 현 상황이 그 증거다. 협상 테이블이든 법정이든, ‘뉴진스’라는 이름이 다시 무대 위에서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현재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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