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만 11번' 최단신 타자와 최저속 투수, 13구 가는 '용규 놀이' 펼쳤다→경의 표한 악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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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를 나누는 고영표(좌)와 김지찬(우)./티빙 중계 캡쳐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커트만 11번이다. '최단신' 김지찬(삼성 라이온즈)과 '최저속' 고영표(KT 위즈)가 불꽃 튀는 승부를 펼쳤다. 결과가 나온 뒤 양 선수는 악수를 나누며 서로를 인정했다.

KT와 삼성은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시즌 7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KT는 선발투수로 고영표를 내보냈고, 삼성은 리드오프 김지찬으로 맞섰다.

양 선수는 팀의 대표 선수이자 약점을 극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지찬은 프로필상 키가 163cm로, 팀 동료 김성윤과 함께 리그 최단신 선수다. 키가 작으면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지는 이점이 있지만, 힘과 체력, 팔길이로 인한 존 커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손해를 본다. 하지만 김지찬은 이를 이겨내고 삼성 부동의 리드오프로 우뚝 섰다.

고영표는 리그에서 공이 가장 느린 투수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고영표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34.7km/h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느린 수치. 리그 평균(145.8km)보다 10km/h 가량이 느리다. 사이드암 중에서도 유독 느린 구속. 아쉬운 구속을 날카로운 제구력과 '마구' 체인지업으로 극복, 팀의 에이스를 넘어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삼성 라이온즈 김지찬./삼성 라이온즈삼성 라이온즈 김지찬./삼성 라이온즈

양 선수는 시작부터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1회 첫 대결에서 김지찬이 초구에 절묘한 번트를 대고 1루를 밟았다. 고영표고 공을 잡았지만 송구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김지찬은 이재현 타석에서 2루를 훔쳤고, 이재현의 안타와 좌익수 멜 로하스 주니어의 포구 실책을 묶어 홈을 밟았다.

두 번째 대결은 고영표가 웃었다. 3회 1사 2루에서 김지찬은 초구 체인지업을 때렸다. 1루수 오윤석이 가볍게 공을 잡아 김지찬을 포스 아웃 처리했다. 김지찬 입장에서는 김재성을 3루까지 보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4회 2사 만루 세 번째 대결에서도 김지찬은 2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KT가 15-2로 크게 앞선 6회, 여전히 고영표가 투구를 이어갔다. 선두타자 김성윤이 2루타를 쳤고, 김태훈이 진루타를 보탰다. 김도환이 1타점 2루타를 쳤다. 12점 차 1사 2루에서 김지찬이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두 선수는 명승부를 펼쳤다. 초구 투심은 파울. 2구와 3구 몸쪽 체인지업은 김지찬이 모두 커트. 4구 변화구가 크게 빠지며 볼이 됐다. 1-2 불리한 카운트에서 김지찬은 8구 연속 커트로 고영표를 물고 늘어졌다. 5구 체인지업 파울. 6구 체인지업 파울. 7구 체인지업 파울. 9구 투심 파울. 10구 체인지업 파울. 11구 커브 파울. 12구 체인지업 파울. 고영표는 특유의 제구력으로 모든 공을 존 바깥으로 던졌다. 김지찬은 날카로운 집중력으로 모든 공을 커트했다.

13구째에서 승부가 났다. 고영표의 체인지업이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떨어졌다. 김지찬이 타격했는데, 방망이가 부러지며 2루 땅볼이 됐다.

KT 위즈 고영표./KT 위즈KT 위즈 고영표./KT 위즈

고영표가 '경의'를 표했다. 부러진 방망이를 집어 들더니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김지찬에게 악수를 청했다. 양 선수는 짧지만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이날의 백미였다. 사실상 승부가 넘어간 상황. 김지찬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고영표도 볼 1구를 제외하면 12구 내내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대결은 고영표가 승리했지만, 진정한 승자는 이 대결을 지켜본 야구팬이다.

한편 경기는 16-4로 KT가 승리했다. 고영표는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6승을 챙겼다. 김지찬은 4타수 1안타 1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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