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고공농성이 90일째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 연대의 뜻을 전했다. 또 원청인 한화오션 측에는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의 원만한 해결과 하청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12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이학영·김태선·박홍배·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CCTV 철탑 고공농성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이 지난 3월 15일부터 30m 높이 철탑 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이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화오션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는 사측과 수차례 임단협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되면서 중단됐다. 이에 김형수 지회장의 고공농성을 시작했고 이날(12일)로 90일째를 맞았다.
노동자 측은 조선업 경기 회복에 따라 과거 삭감된 상여금(2016~2018년 550% → 0%)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화오션 사내협력업체인 사측은 고정급 성격의 상여금 인상은 최소화하되, 성과와 연동된 보상 지급은 고려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원청인 한화오션은 하청 노사관계 ‘직접 개입 불가’ 입장으로 교섭을 피하고 있었다.
현장을 방문한 위원단은 우선 농성중인 김형수 지회장과 전화로 건강상태를 확인하면서 연대의 뜻을 전하고 노조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 사무장은 “하청업체 대표들은 노조와의 교섭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라며 “원청인 한화오션이 상여금 기본급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2년 당시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에 민간인 명태균 씨가 불법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인수과정에서도 불법적인 특혜가 있었는지도 국회가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노조원은 “과거 한국타이어와 노조와의 협상에서 고용노동부가 참석해 노사정 협의를 통한 교섭이 이뤄진 사례가 있다”며 “노사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김춘택 사무장은 “한화오션, 옵티칼, 세종호텔에서 노조원들의 처절한 고공농성이 이어지고 있는데, 한 곳이라도 먼저 해결된다면, 그것을 시작으로 다른 고공농성장 문제도 잘 해결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조와 현장 간담회를 마친 위원단은 원청인 한화 측과도 간담회를 가졌다.
한화 측에서는 △한화그룹 법무총괄 조현일 사장 △홍보총괄 이명건 사장 △대관총괄 문지훈 부사장 △한화오션 경영지원실 김대영 전무가 참석했다.
우선 위원단은 한화 측에 노조와의 임단협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주영 의원은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파업 하청노동자에게 제기한 470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 과 관련해 “대기업이 천문학적의 금액을 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손배소를 제기하는 것은 경영 윤리적으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한화 측에서는 “손배소 건 관련해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쳤다”라며 “법률적 이슈 등 어려움이 있지만 재발 방지 약속을 전제로 상생협력과 대승적 차원에서 손배소 취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임단협 관련해 “국회와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하청과 노조와의 교섭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하고 곧 개선안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영 의원은 “김형수 지회장 고공농성 90일째로 원청인 한화오션은 노동자의 절박한 외침을 엄중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며 “상여금 인상과 관련한 노사 간 의견차는 충분히 좁힐 수 있는 수준까지 왔으니, 이제 필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대화”라고 강조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수개월간 이어진 교섭 진행 경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이번 현장 방문을 통해 원청과 사측의 보다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교섭을 촉구했다.
한편 김형수 지회장의 고공농성 현장 방문 이후, 김주영·김태선·이용우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세종호텔 앞 지하차도 구조물에서 고공농성중인 고진수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을 찾아 건강상태를 확인하며, 국회와 함께 문제해결 방안을 논의해 보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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