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공태양’의 발걸음,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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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은 9일 대전 컨벤션센터(DCC)에서 핵융합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협력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 핵융합에너지 개발 포럼(Korea Fusion Energy Development Forum)’을 개최했다./ 박설민 기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은 9일 대전 컨벤션센터(DCC)에서 핵융합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협력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 핵융합에너지 개발 포럼(Korea Fusion Energy Development Forum)’을 개최했다./ 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대전=박설민 기자  ‘핵융합(Nuclear fusion)’은 꿈의 에너지다. 화력 발전과 같은 대기오염물질도 없고 원자력발전처럼 방사능 유출, 폐기물 문제도 없다. 오직 바닷물만 있으면 무한히 중수소를 얻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인공태양’을 지구상에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상용화 문제는 언제나 핵융합 연구의 발목을 잡는 문제였다. 1990년대 핵융합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시작됐을 당시에만해도 ‘곧’ 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아직도 핵융합 발전의 완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 핵융합은 얼마나 발전된 상황일까. 또 앞으로 상용화는 몇 년 뒤 시점부터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까. 기자는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핵융합에너지개발포럼(Korea Fusion Energy Development Forum)’ 현장을 찾았다.

KSTAR(사진)는 순수 국내 기술로 지난 2007년 완공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다. 핵융합연은 핵융합로 기반 기술 확보 및 초고온 플라즈마 운용 실험을 통한 국내 핵융합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2008년부터 가동 중이다./ 박설민 기자
KSTAR(사진)는 순수 국내 기술로 지난 2007년 완공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다. 핵융합연은 핵융합로 기반 기술 확보 및 초고온 플라즈마 운용 실험을 통한 국내 핵융합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2008년부터 가동 중이다./ 박설민 기자

◇ 한국의 인공태양 ‘KSTAR’, 30년의 발자취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은 9일 대전 컨벤션센터(DCC)에서 핵융합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글로벌 협력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한국 핵융합에너지 개발 포럼(Korea Fusion Energy Development Forum)’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영국 핵융합연 원장,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이사장 등 국내 주요 인사와 피에트로 바라바스키(Pietro Barabaschi)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 등 국내외 핵융합 전문가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올해 4회째를 맞이한 국내 최대 핵융합·플라즈마 학회인 국제핵융합플라즈마학회(iFPC 2025)와 연계해 개최됐다. 포럼에서는 △핵융합 연구개발 추진 경과 및 비전 △핵융합 국제협력 △핵융합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발표와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오영국 원장은 ‘한국 핵융합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전망’을 주제로 핵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친환경에너지’로서의 핵융합과 현재 연구 현황, 향후 핵융합연의 에너지 상용화에 대한 계획을 공유했다.

오영국 원장은 “한국이 KSTAR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핵융합 연구의 여정을 시작한지 30년 되는 해를 맞이 했다”며 “그간 우리는 KSTAR의 안정적 운영, 고성능 시나리오 개발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한국은 국제 핵융합 연구 프로젝트에서 핵심 부품 공급,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제 핵융합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수요에 대응할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으며 각국은 민간 협력으로 기술 실현을 앞당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영국 원장은 “한국이 KSTAR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핵융합 연구의 여정을 시작한지 30년 되는 해를 맞이 했다”며 “그간 우리는 KSTAR의 안정적 운영, 고성능 시나리오 개발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박설민 기자
오영국 원장은 “한국이 KSTAR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핵융합 연구의 여정을 시작한지 30년 되는 해를 맞이 했다”며 “그간 우리는 KSTAR의 안정적 운영, 고성능 시나리오 개발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박설민 기자

오영국 원장의 말처럼 핵융합은 궁극의 에너지원으로 전 세계 과학계가 연구에 달려들 고 있다. ‘플라즈마’ 등 부수 연구 분야의 시장 가치도 높다. 실제로 관련 산업 규모도 매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리서치’에 따르면 핵융합 산업 규모는 2040년까지 약 8,434억6,000만달러로 1,200조원 규모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러면서 오영국 원장은 지난 30년간 핵융합연이 만들어 간 ‘KSTAR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도 공유했다. KSTAR는 순수 국내 기술로 지난 2007년 완공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다. 핵융합연은 핵융합로 기반 기술 확보 및 초고온 플라즈마 운용 실험을 통한 국내 핵융합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2008년부터 가동 중이다.

가동 17년을 맞이한 KSTAR는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4월엔 1억℃ 초고온 환경에서 48초간 핵융합 운전에 성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운전 기록을 달성했다. 핵융합이 단순 SF영화속에 등장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오영국 원장은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 성과는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산·학·연의 협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며 “핵융합연은 앞으로도 핵융합 생태계의 한 축으로서, 핵융합 핵심 기술 확보와 실증 기반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의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한 내용도 공유됐다. 사진은 관련 내용 발표를 진행하는 피에트로 바라바스키(Pietro Barabaschi)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 박설민 기자
이번 포럼에서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의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한 내용도 공유됐다. 사진은 관련 내용 발표를 진행하는 피에트로 바라바스키(Pietro Barabaschi)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 박설민 기자

◇ 국제핵융합프로젝트 ‘ITER’, 핵심기술은 ‘한국’이 보유

이번 포럼에서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의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한 내용도 공유됐다. ITER는 상용화 가능한 핵융합 달성을 목표로 하는 국제 공동 핵융합 실험로다. 발표는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이 맡아 진행했다.

지난 2020년 7월 28일 ITER 국제기구는 프랑스 남동부 카다라슈(Cadarache)에서 ITER의 조립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ITER 국제기구 세계 7개 회원국이 참여했다.

ITER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국가 중 하나다. 핵융합연부터 현대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등 대기업, 다원시스 등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이 대거 참여해 핵심 부품들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ITER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ITER 프로젝트 수주액은 약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0년 7월 28일 ITER 국제기구는 프랑스 남동부 카다라슈(Cadarache)에서 ITER의 조립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ITER 국제기구 세계 7개 회원국이 참여했다./ ITER
지난 2020년 7월 28일 ITER 국제기구는 프랑스 남동부 카다라슈(Cadarache)에서 ITER의 조립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ITER 국제기구 세계 7개 회원국이 참여했다./ ITER

특히 ITER의 심장이라 불리는 ‘진공용기섹터(Vacuum Vessel sector)’ 개발에서 한국 기술은 빛을 바라고 있다. 진공용기섹터는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고 유지하는 장비다. 개당 400톤, 높이는 13.8m에 이르는 대형 장비다. 이 진공용기섹터 9개를 이어붙여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진 핵융합로가 바로 ITER다. 

ITER에 필요한 진공용기섹터는 총 9개다. 이중 4개를 한국에서 생산을 맡았다. 5개는 유럽연합(EU) 각 국가들이 제공했다. 즉, ITER의 심장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 기술로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21일 핵융합연과 ITER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은 4개의 진공용기섹터를 프랑스 ITER 건설 현장에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ITER의 심장이라 불리는 ‘진공용기섹터(Vacuum Vessel sector)’는 총 9개가 필요하다. 이중 4개를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개발해 공급한다./ ITER
ITER의 심장이라 불리는 ‘진공용기섹터(Vacuum Vessel sector)’는 총 9개가 필요하다. 이중 4개를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개발해 공급한다./ ITER

피에트로 사무총장은 “ITER의 진공용기섹터를 제조하는 것은 매우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함께 필요한 고난이도 작업”이라며 “방대한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매우 우수한 품질의 진공용기섹터를 공급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진공용기섹터가 도착했다고 해서 ITER 프로젝트가 급속도로 마무리 되는 것은 아니다. 진공용기섹터의 경우 하나당 무게가 수백톤에 이르고 설치만 해도 하루 7~8시간의 업무가 필요해 엔지니어들의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또한 설치 도면과 실물 간 오차가 존재하는 만큼 용접과 보수, 리페어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이어 “섹터 모듈 중 일부는 고도화 작업이 필요해 지난해 재설치를 시작했고 4월 10일 실제 정확한 위치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데 성공했다”며 “정확한 일정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조만간 남은 섹터 모듈에 대한 추가적인 재설치 작업도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피에트로 사무총장에 따르면 현재 ITER에서 예상하는 국제 핵융합 달성 계획은 △2034년 플라즈마 제어 및 관련 연구 △2033년 안정적 자기장 완전 도달 △2039년 중수소-삼중수소(D-T) 반응 (DT Operations)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ITER 건설 현장./ ITER
피에트로 사무총장에 따르면 현재 ITER에서 예상하는 국제 핵융합 달성 계획은 △2034년 플라즈마 제어 및 관련 연구 △2033년 안정적 자기장 완전 도달 △2039년 중수소-삼중수소(D-T) 반응 (DT Operations)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ITER 건설 현장./ ITER

다만 현재 ITER 프로젝트는 예정보다 늦어지는 추세다. 피에트로 사무총장에 따르면 현재 ITER에서 예상하는 국제 핵융합 달성 계획은 △2034년 플라즈마 제어 및 관련 연구 △2033년 안정적 자기장 완전 도달 △2039년 중수소-삼중수소(D-T) 반응 (DT Operations)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에트로 사무총장은 “처음 ITER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예상했던 스케줄보다 핵융합로 건설 및 가동 계획이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해 프랑스 정부에서 측정한 ITER 실적 지수의 우수한 개선, 안정적 핵심 부품 조달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원자력 기관과의 규제 논의 문제와 원라력 규제 기반의 신뢰 회복, 투명성 확보를 위한 프로세스들의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 ITER 기구에서는 각 국가 연구자들의 노하우를 이전·전수하기 위한 하나의 틀을 마련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개될 ‘ITER 백서’도 그 노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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