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진병권 기자] 첼시에 대한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애정은 여전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국적의 석유 재벌이자 기업인이다. 국내 축구 팬들에게는 첼시 FC의 전 구단주로 잘 알려져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2003년, 첼시를 인수하며 프리미어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상위권을 오가던 클럽이었다. 리그 우승은 1회에 불과했고,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없었다. 인수 이후 첼시는 많은 투자를 통해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에서 손꼽히는 구단으로 성장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5회, FA컵 우승 5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UEFA 유로파리그 우승 2회 등 인수 이후 들어 올린 트로피의 개수만 21개에 달한다. 이는 주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카를로 안첼로티, 토마스 투헬 등 첼시를 거쳐 간 많은 명장들의 공로도 있었지만, 아브라모비치의 적극적인 투자가 뒷받침되었기에 낼 수 있는 성과였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이 발발하면서 아브라모비치는 공식적으로 구단주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이내 강제로 구단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아브라모비치는 토드 볼리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구단을 매각하면서 첼시와의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아브라모비치는 축구 기자이자 작가 닉 퓨어월이 저술한 책 'Sanctioned'에 포함된 인터뷰에서 "언젠가 스탬포드 브릿지에 가서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만, 그 이상은 없다. 구단을 소유하거나 축구와 관련된 직업적인 역할은 내 인생에서 완전히 끝났다"라고 밝혔다. 첼시 이후로 어떤 축구 클럽도 인수하지 않을 것을 밝힌 것이다.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로서 첼시에 지나치게 관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10년간 7명의 감독을 경질하는 등 감독에 대한 인내심이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이와 같은 경질이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온 사례는 적다.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경질 이후 감독 대행을 맡은 로베르토 디마테오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무리뉴 경질 이후 부임한 안토니오 콘테는 부임 첫 시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프랭크 램파드 경질 이후 시즌 중 부임한 투헬 역시 곧바로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과감한 선택이 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여전히 첼시 팬들에게 아브라모비치는 구단을 잉글랜드 최고의 클럽으로 만든 고마운 인물이다. 그동안 부유한 재력을 바탕으로 구단을 인수하여 운영한 인물이 많았지만, 아브라모비치만큼 구단에 애정을 쏟는 구단주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첼시는 아브라모비치가 떠난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구단주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로 이적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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