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문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엇갈린 공약

시사위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를 두고 후보들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실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대선 이후 선거 국면에서 주요 화두로 떠올랐던 산은 이전 문제가 이번에도 화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14일 부산 서면 유세 현장에서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좋긴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한쪽이 원한다고 일방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그렇게 쉬운 일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3년 동안 말만 해놓고 뭐했나”라며 “의대 2,000명도 밀어붙여서 나라를 이렇게 만드는 추진력 있는 분인데 부산으로 산업은행 옮기는 것이 가능했으면 바로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김 후보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앞서 김 후보는 전날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산업은행은 땅도 다 만들어놓고 모든 절차가 끝났다”며 “그거 하나 안 옮겨주는 이런 정당을 부산사람들이 확 찢어버려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뭐 대단하다고 못 옮길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치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삼아 정부는 속도전에 나섰고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5월 산업은행을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고시를 하며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선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한 관련 법을 고쳐야 했지만, 여야의 첨예한 입장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이나 한국재무학회 책임연구원이 지난 2023년 7월 31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열린 산업은행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 재무적 파급효과 산출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김이나 한국재무학회 책임연구원이 지난 2023년 7월 31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열린 산업은행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 재무적 파급효과 산출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 뉴시스

◇ ‘산업은행 부산 이전’ 동력 잃나

특히 민주당은 이러한 산업은행 이전의 실익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산업은행 노조의 반발 등을 근거로 사회적 합의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게 주된 비판의 논리였다. 서울에 있을 때와 달리 고객 유치 및 관리에도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더해졌다. 산은 노조의 의뢰로 한국재무학회가 지난 2023년 7월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부산 이전 시 향후 10년간 수익이 6조5,337억원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공방 속에 산업은행 이전은 선거 때마다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산업은행을 부산에 이전하겠다”며 “끈질기게 부산의 발전을 위해 챙기고 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에 ‘공수표’라고 날을 세웠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산은 유치 말만 하고 손 놓고 있는 것도 다 윤석열과 한 대표,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이날 부산에서 이전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드러낸 만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급격히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결과를 떠나서 거대 의석을 지닌 민주당이 이에 협조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인 만큼 논의의 가능성도 상실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후보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강조했다. 그는 “해수부만큼은 부산으로 옮기겠다”며 “왜냐하면 업무 거의 대부분이 해양 수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해운회사인 HMM도 부산으로 옮겨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이긴 하지만 정부 출자 지분이 있기에 불가능하진 않다는 게 이 후보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벌써부터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상법개정안 골자가 상장회사에 대해 대주주나 경영진이 일반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인데, HMM 본사 부산 이전이 실현되면 HMM 일반주주의 이익이 늘어나나, 침해되나”라며 “HMM 이전이 뻥인가 상법개정안이 뻥인가”라고 꼬집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재명-김문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엇갈린 공약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