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모이다⑥] 연대에서 연결로 ; 변화하는 모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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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모임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시사위크는 전남대학교 철학과 박구용 교수를 만나 변화된 청년들의 모임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TBS FM 95.1MHz 유튜브 갈무리
청년들의 모임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시사위크는 전남대학교 철학과 박구용 교수를 만나 변화된 청년들의 모임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TBS FM 95.1MHz 유튜브 갈무리

시사위크=홍서연·안혜림·임다영 인턴기자  시사위크는 20대 청년들이 모이는 곳에 주목하고자 △야구장 △페스티벌 △소모임 △집회를 취재했다. 그 결과, 과거와는 다른 모임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학교와 같은 뚜렷한 소속집단에서 파생된 모임을 비롯해 이념을 공유하는 모임, 취미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동호회 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들은 감정이나 취향을 나누거나, 일회성으로 취미·공부를 함께하는 모임을 자유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전남대학교 철학과 박구용 교수는 “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조직이나 집단에 강하게 소속돼 있지 않다”며 “소속에 대한 감각 자체가 달라진 시대”라고 진단했다.

과거 청년 세대의 모임은 분명한 시대적 과제를 품었다. 민주화, 사회 변혁 같은 거대한 목표가 이들을 강하게 묶었다. △총학생회 △시민운동 조직 △종교 단체가 청년들의 ‘공동체’였다. 반면 오늘날 20대는 서로 다른 목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채 흩어져 있다.

- 현재 20대 청년과 기성세대가 속한 집단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성세대는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할 때,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일부로 공적인 담론에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 익숙했고, 여전히 집단의 권위를 중시한다. 권위를 부정적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전통적 권위는 기성세대에게 안정감을 줬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 세대에서는 이런 강한 연대의 고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성세대와 20대 청년들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집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는 특정 조직에 속해 깃발을 들고 광장에 나섰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서도 깃발을 들고 나오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광장에서의 활동이 끝나면 각자의 ‘나’로 다시 돌아가기 쉬워졌다.”

- 강한 연대의 고리가 사라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과거에는 개개인의 정체성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세대를 지배했던 이념은 휴머니즘이었다. 그 시대를 이끌었던 세대는 인간적인 사회를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 믿음은 훼손된 지 오래다. 이제부터 중요한 문제는 ‘나는 누구인가’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이런 사회에서는 소속감 역시 일시적이고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 연대가 사라짐에 따른 장단점도 있을 것 같은데.

“연대가 사라진다는 것은 가치 중립적인 부분인 것 같다. 그중 부정적인 부분을 먼저 말하고 싶다. 연대가 약해지면 불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결속력이 강한 기성세대는 땅 위에 단단히 서 있는 듯한 안정감을 가질 수 있지만, 결속력이 약한 현재 20대 청년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마치 물 위에 서 있는 듯한 불안감을 안고 있을 것이다. 이런 불안은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다.

긍정적인 측면은 자유가 확대된 것이다. 그러나 이 자유는 ‘불안한 자유’에 가깝다고 본다. 고전적인 의미의 자유와 현대적 의미의 자유는 완전히 다르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
-장폴  사르트르, 《존재와 무》 (1943)

지금의 청년 세대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결정해야 한다. 즉,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 ‘시대적 과제’에 대한 청년 세대의 인식이 기성세대에 비해 흐려졌다. 이런 변화가 청년 모임의 성격이나 목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오늘날에는 한 시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합의된 정신이나 과제를 찾기 어렵다. 기성세대의 시대정신은 ‘독재 타도’였다. 2008년 이전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갑론을박이 세계를 흔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시대적 과제는 이미 사라졌다. 이후 현재까지 공통된 화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시대를 ‘인터레그넘(interregnum)’이라고 칭하고 싶다. 과거의 정신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정신이 나타나지 않은 공백기라는 점에서 최고 이념 부재 기간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각자의 삶에 집중하는 시대가 됐고, 모두를 아우르는 대의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20대 청년들 사이에 분화와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 20대는 친구들과 갈등하고 경쟁해야 하는 세대다.”

박구용 교수는 연대가 약해지고 정체성이 다양해진 사회에서 소속감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사진은 박구용 교수가 2023년 12월 26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5·18현안, 해법모색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여해 사회를 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박구용 교수는 연대가 약해지고 정체성이 다양해진 사회에서 소속감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사진은 박구용 교수가 2023년 12월 26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5·18현안, 해법모색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여해 사회를 보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변화한 사회 속에서, 20대 청년이 공동체적 연대를 형성하고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모두가 다른 기준을 가지고 경쟁하면서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강력한 연대와 신뢰는 사라졌지만, 그나마 인정과 존중이 마지막 희망이 될 것이니 말이다.

이제 20대 청년들이 기성세대처럼 끈끈한 정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쉽지만 이제는 집단의식이 사라진 시대를 받아들여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여러 공동체적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의 사회가 내 삶을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사회에 속해 있어야 한다. △친구들과의 모임 △정치 커뮤니티 △시민사회 조직 등 다양한 사회적 연결망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에게 집중할수록 오히려 자신을 파괴할 수 있다고 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에 참여해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20대 청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년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고 친밀해질 수 있는 능력이다. 20대 청년들은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수업 시간에 옆 사람과도 쉽게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상대를 신뢰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를 통해 빠르게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성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야말로 오늘날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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