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은' 김종관 감독 "느린 세계가 필요한 분들께" [MD인터뷰]

마이데일리
김종관 감독 / 케이무비엔터테인먼트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김종관 감독이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완성한 이야기를 전했다.

마이데일리는 4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관객과 만난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한 계절이 흐르는 동안 한 카페에 머물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네 개의 에피소드로 엮은 작품이다.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전소영, 김동휘 등 여덟 배우가 각기 다른 관계와 감정의 순간을 만들어간다.

이날 김 감독은 “‘더 테이블’(2017)을 만들 때 하나의 공간이 무대가 되고 배우들이 그곳에서 연기하는 과정을 촬영하는 일이 무척 재미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영화가 누군가의 추억으로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업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며 “첫 대본 작업은 2021년에 시작했고, 촬영부터 개봉까지 4~5년이 걸렸다. 작고 사소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만드는 과정까지 작고 사소한 것은 아니다. 제 인생의 상당 부분을 걸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양면성이다. 낮과 밤은 하나의 공간이 지닌 서로 다른 모습이고, 꿈 역시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김 감독은 네 개의 에피소드가 담긴 영화를 소설집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소설집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다 읽고 나면 하나의 장편을 읽은 듯한 인상을 준다. 작가의 취향과 관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영화도 그런 소설집 같은 매력이 있었으면 했다. 하나의 결을 지키기보다 자유롭게 접근했고, 코미디부터 전통적인 멜로까지 장르적으로 다양한 변주를 줬다”고 설명했다.

김종관 감독 / 케이무비엔터테인먼트

그는 김민하에 대해 “대사를 흘리듯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어법이 인상적이었고, 그만의 편안한 호흡이 밤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주종혁에 대해서는 “처음 만났을 때 건강하고 밝은 매력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 매력을 잘 활용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선화가 연기한 상미의 에피소드는 가장 많은 리허설을 거쳤다. 김 감독은 “‘술꾼 도시 여자들’에서 보여준 한선화 배우의 매력을 조금 비틀어 강렬한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신념을 가진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야 영민이 상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면의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심은경과 이희준이 함께한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비호감적인 면모를 지닌 두 인물의 충돌을 코미디로 풀어냈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안에도 곱씹어볼 만한 의미가 있는, 여러 층위의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의 해석을 존중한다는 그는 “대사 지문을 많이 넣지 않고 배우의 해석에 맡기는 부분이 있다. 대사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허용하지 않지만, 자신의 말투와 어법으로 표현하는 것은 허용한다”며 “배우가 대본을 믿고 연기하면 저 역시 더 확신을 갖고 작업할 수 있다. 촬영 회차가 짧더라도 연극 한 편을 올리는 것처럼 서로가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종관 감독 / 케이무비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대화에는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감독 자신의 태도도 담겼다. 김 감독은 “저는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이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싫었던 사람에게도 이런 장점이 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며 “대화 장면을 쓸 때도 싫다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싫었던 무언가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을 이야기 안에 녹여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화 외에도 뮤직비디오와 다큐멘터리, 브랜드 필름 등 다양한 창작을 이어가는 그는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고 여러 가지 작업을 해보고 싶다. 다른 분야의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배우는 것도 있고, 그런 경험을 영화에 접목할 수도 있다”며 창작자로서의 관심을 드러냈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익숙해진 시대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김 감독은 “숏츠와 릴스처럼 속도감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이 영화를 지루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반대의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극은 가짜 무대를 만들어놓고 배우들이 연기하는 세계지만, 관객들은 그 안에서 이야기에 몰입해 울고 웃으며 눈앞의 사람들을 실감한다. 숏츠보다 느린 세계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 영화가 점점 더 호불호가 나뉘는 세계로 가고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다. 이런 영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으면 된다”며 “창작은 나와 다른 삶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와 비슷한 연결감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되고, 그 안에서 서로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4일 극장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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