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보험회사가 보험부채를 산정할 때 사용하는 계리가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강화된다. 보험사는 산출 근거와 변경 내역을 매년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하며, 법인보험대리점(GA)에 대한 관리 책임도 강화된다.
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계리가정보고서’ 도입이다. 계리가정은 보험사가 앞으로 지급할 보험금과 보험계약의 유지·해지 가능성 등을 추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으로, 사망률과 질병 발생률, 해지율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사는 이를 바탕으로 미래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책임준비금과 지급여력기준금액 등을 산출한다. 적용하는 가정에 따라 보험부채 규모와 재무건전성 지표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산출 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보험사는 계리가정의 산출 근거와 방법, 주요 변경사항, 검증 결과 등을 담은 보고서를 매년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현금흐름 모델링과 내부통제 관련 사항도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보고서를 활용해 보험사별·상품별 계리가정 수준과 변동 추이를 비교하고, 부채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방침이다. 보고서 제출 의무는 2026회계연도 결산분부터 적용된다.
계리가정 변경에 대한 내부통제도 강화된다. 보험사는 계리가정 산출·변경에 관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연중 가정을 변경할 경우 변경 사유와 내용, 재무적 영향을 이사회 산하 위험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법령 개정에 따른 변경이거나 재무적 영향이 미미한 경우에는 보고를 생략할 수 있다.
보험사의 금리 변동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도 새로 마련된다. 금융위는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AS)의 금리리스크 평가항목에 ‘듀레이션 갭’을 추가하기로 했다.
듀레이션 갭은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리 변동에 따라 보험사가 보유한 자산과 부채의 가치가 서로 다른 폭으로 움직이면서 순자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데 활용된다.
금융당국은 당초 내년부터 해당 지표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금리 여건과 보험사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시행 시점을 2028년 1월 1일로 1년 연기했다.
GA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에 대한 관리 책임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경영실태평가의 경영관리리스크 부문에 ‘법인보험대리점 운영위험 관리의 적정성’ 항목을 신설한다.
GA 채널을 통한 영업 확대와 과당경쟁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보험사가 GA에 상품 판매를 위탁하더라도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평가할 방침이다.
실손의료보험 관련 규제는 일부 완화된다. 금융위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5세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계약전환 할인제도 관련 상품을 단독형 설계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보험계약에 특약 형태로 5세대 실손보험을 부가할 수 있게 된다. 계약전환 할인제도는 2013년 3월 이전 가입한 재가입 조건이 없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하면 3년간 5세대 보험료의 50%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이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이 밖에 비상위험준비금 적립액은 해당 연도 적립 대상 보험료를 기준으로 산출하도록 변경한다. 2027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IFRS18)에 맞춰 보험사의 재무제표 작성 기준도 정비한다.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고시일부터 시행된다. 계리가정 산출·변경 관련 내부통제와 GA 운영위험 평가, 재무제표 작성 기준 개정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듀레이션 갭 지표는 202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개정 사항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보험사들의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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