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요 기업가치 평가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저조한 상장사들에게 불명예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정부가 ‘자본시장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망신주기’ 방법까지 동원된 것이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대기업부터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들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포함돼 더욱 눈길을 끈다. 아울러 보다 실질적인 제재 방안 마련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 저PBR기업 명단 공표… 가장 낮은 상장사는 ‘0.06배’
한국거래소는 2일 ‘저PRB기업 공표제도’에 따른 첫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시행에 돌입했다. 저PBR기업 공표제도는 장기간 저평가 상태에 놓여있는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지난 3월 발표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 포함된 바 있다.
자본총계 대비 시가총액 규모를 뜻하는 PBR은 기업의 순자산가치와 비교해 주가가 어떻게 형성돼있는지 보여준다. PBR이 1배이면 순자산가치와 시장의 평가인 시가총액이 일치한다는 의미이고, 1배보다 낮으면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후보 시절부터 자본시장 체질개선 의지를 강조해온 이재명 대통령은 저PBR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주식시장 전반의 물을 흐리는 존재로 지적하며 청산 필요성을 거듭 밝혔던 것이다.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 발표 당시에도 “PBR이 0.3~0.4밖에 안 돼서 당장 청산해도 두 배 남는 게 비정상적이지 않느냐”며 “썩은 물건과 제대로 된 물건이 섞여 있으면 그 가게는 가기 싫게 된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 같은 문제인식에서 마련된 저PBR기업 공표제도는 시장별·업종별 PBR이 누적 3년간 하위권에 해당하는 상장사를 저PBR기업으로 선정한다. 코스피시장은 하위 25%, 코스닥시장은 하위 10%가 기준이다. 최초 선정이었던 이번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곳을 제외한 2,431개사 중 185개사가 여기에 속했다. 다만, 지난달 22일까지 ‘저PBR 개선계획’을 공시한 62개사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34개사는 공표가 유예됐다.
이렇게 선정 및 공표된 저PRB기업은 151개사다. 코스피상장사는 96개사, 코스닥상장사는 55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해당 상장사들은 상장공시시스템 내 ‘밸류업 페이지’에 공표될 뿐 아니라, 증권사 거래시스템상에도 ‘저PRB’ 태그가 붙는다.
첫 저PBR기업 명단에 포함된 상장사 중엔 현대제철, 한화생명, 롯데쇼핑, 이마트, 한진 등 주요 기업집단 계열사이자 시가총액이 조단위인 대기업들도 적잖게 이름을 올렸다. 또한 저조한 시가총액 등의 이유로 퇴출 위기에 내몰린 상장사들도 포함됐다.
151개사 중에서도 PBR이 가장 낮은 상장사는 코스피상장사 선앤엘(SUN&L)이었다. 시가총액 미달로 퇴출 위기에 직면해있기도 한 선앤엘의 PBR은 0.06배로 집계됐다. 코스닥상장사 중에선 앱토크롬의 PBR이 0.07배로 가장 낮았다.
다만, 저PRB기업 공표제도는 명단 공표 및 태그 부착 외에 다른 제재 방안까지 두고 있진 않다. 이 때문인지 명단에 포함된 상장사들이 큰 부담을 느끼진 않는 분위기다. 이번에 명단에 포함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저PBR 개선계획 공시를 통해 공표를 유예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수립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아 내부 검토를 더 신중히 거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명단 포함 상장사 관계자 역시 “저PBR 문제는 업황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있고,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섣불리 마련해 발표하는 것보단 면밀하게 검토해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PBR기업 공표제도가 시행에 돌입하면서 이제 보다 실질적인 제재 방안 마련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 및 국회에선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상속 및 증여의 부담을 줄이는 등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소위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라 불리는 세제개편을 추진해왔으며, 최근 정부안 등 여러 방안을 두고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