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부산이 전력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기장 클러스터 조성과 기술원 설립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산업 생태계의 내실을 다질 지·산·학·관 정책 포럼이 열렸다. 정주 지원과 공공 반도체 설비 이용 확대, 판로 확보 등 기업 정착 해법에 국회와 시의회가 지원 의지로 화답하면서 전력반도체가 지역 산업의 새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기대도 한층 커졌다.
글로벌미디어연합과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는 지난 30일 부산시의회 2층 중회의실에서 ‘부산 전력반도체 산업 생태계 혁신을 위한 지·산·학·관 정책 포럼’을 열었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후원한 이날 포럼에는 김대식·주진우 국회의원과 이상천 동명대 총장, 송상조 부산시의회 부의장이 참석했다. 류도희·박준영 시의원과 지윤성 부산시 AI신산업과장, 지역 기업과 대학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 첨단산업 경쟁력 가를 핵심 기술
최윤화 한국전력소자산업협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전력반도체를 미래차와 에너지, 데이터센터, 국방, 우주항공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규정했다. 최 회장은 산업 생태계가 기업의 노력만으로 자라지 않는다며 투자 환경과 인재 정착 기반, 현장이 체감하는 제도적 지원을 함께 주문했다. 협회도 기업의 목소리를 정책에 잇는 가교 역할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상천 동명대 총장은 환영사에서 특화단지 지정을 부산이 세계적 전력반도체 허브로 나아갈 기회로 봤다. 이 총장은 지방정부의 정책 의지와 의회의 제도적 뒷받침, 기업의 도전, 대학의 인재 양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명대도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 협력에 힘을 쏟아 청년이 부산에 머무는 정주형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환영사에 나선 송상조 부의장은 국회의원들의 축사를 배려해 준비한 인사를 생략했다. 송 부의장은 전력반도체 발전을 위해 부산시의회도 함께하겠다는 짧은 말로 대신했다.
◆ 중국 추격 속 낡은 규제 개선 주문
축사의 첫 순서는 김대식 의원(국민의힘, 사상구)이 맡았다. 김 의원은 지난주 중국 베이징을 다녀온 경험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샤오미 공장에서 로봇이 48초마다 자동차 한 대씩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고 국내 자동차 산업이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화웨이 베이징 캠퍼스에서는 임직원의 65%가 연구개발 인력이고 평균 연령이 32세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김 의원은 중국의 저력을 정부와 지자체, 대학이 각자 자리에서 산업을 밀어주는 협력 구조에서 찾았다. 지역에서 인재를 길러 정주하게 하려면 그만한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그는 재정이 필요하면 주진우 의원과 손잡고 여야 협치로 법안을 만들어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주진우 의원(국민의힘, 해운대갑)은 국내 상황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 의원은 부산이 물류·해양 도시로서 교통 혼잡을 감내하며 대한민국 산업화를 떠받쳐 왔지만, 이제는 수도권 시장을 등에 업은 인천과 금융 특화에 나선 다른 지역 사이에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부산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주 의원은 돌파구로 인재와 규제 개선을 꼽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그는 전력반도체를 부산 청년의 정주를 이끌고 전국의 인구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산업으로 내다봤다. 이어 규제만 걷어내면 뛰어난 기업들이 이 산업을 이끌 수 있다며 시의회와 국회가 힘을 모으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 사택 지원부터 가치사슬까지 제안
패널 토론에서 기업 대표들은 지원 정책의 실효성과 형평성에 무게를 실었다. 협회장이자 제엠제코㈜ 대표인 최윤화 회장은 실제 매출과 수출 실적을 갖춘 기업이 정책 지원에서 밀려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설계에서 패키징·모듈, 최종 수요처까지 지역 안에서 완결되는 가치사슬 구축도 제안했다.
장채규 ㈜코드세미콘 대표는 수도권 기업을 부산으로 이끌 정주 지원책으로 사택 제공과 배우자 재취업 지원을 꼽았다. 장 대표는 스케일업 펀드 조성과 함께 8인치 공공팹(공공이 구축해 기업이 함께 쓰는 반도체 생산설비)의 이용 기회를 늘리고 일정을 예측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도권 연구기관과 연결되는 R&D 협력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식 부산대 교수는 고급 연구개발·설계 인력이 부산에 머물려면 팹리스 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고 짚었다. 김장목 ㈜효원파워텍 대표는 지역 기업 제품을 공공조달과 연계해 초기 판로를 열어 달라고 건의했다. 토론자들은 기업과 정책 당국 간 소통 창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 조례 정비와 기술원 출범 청사진
시의회와 부산시도 현장의 요구에 답했다. 류도희 시의원(기획재경위원회)은 기업이 부산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규제 개선과 함께 산업단지 교통, 정주 여건, 전문인력 확보까지 생태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시의회 차원에서 관련 조례 정비와 예산 반영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지윤성 부산시 AI신산업과장은 2028년 (가칭)한국전력소자기술원 출범을 목표로 499억원 규모의 8인치 SiC(실리콘카바이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전기추진선박 기술개발과 기장 전력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함께 소개했다.
이번 포럼은 기업 현장이 체감하는 과제를 국회와 시의회, 부산시가 한자리에서 듣고 지원 구상으로 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참석자들은 단편적 지원을 넘어 함께 문제를 푸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시의 테스트베드와 기술원이 계획대로 문을 열면 공공팹 이용 여건도 한층 나아질 전망이다. 다만 특화단지가 실제 기업 입주와 공장 가동으로 이어지고 고급 인력이 부산에 뿌리내리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현장의 제안이 조례와 예산으로 얼마나 구체화될지 지역 산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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