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중동발 비용에 수익성 흔들…연간 목표도 조정

마이데일리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 본사 전경. /현대차그룹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3분기 엇갈린 실적을 거둔 가운데 중동 전쟁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은 공통 과제로 남았다. 기아는 미국 자동차 관세 부담 완화와 친환경차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지만 인센티브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부담이 높아졌고 현대차는 국내 공장 생산 차질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매출과 판매량이 감소했다. 양사 모두 대외 변수에 따른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면서 현대차는 연간 판매·수익성 목표를 하향 조정했고, 기아도 연간 수익성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는 올해 3분기 매출액 31조5974억원, 영업이익 1조8183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24.3% 증가한 규모다. 세전이익은 1조8222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2855억원으로 각각 3.4%, 9.6%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5.8%로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5조1102억원, 영업이익 2조677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4%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조931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올해 3분기 합산 매출은 76조7076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4조49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12.4% 늘었다. 합산 영업이익률은 5.9%로, 1년 전(5.3%)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올해 1~3분기 누적으로 보면 영업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현대차·기아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234조400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조694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6% 감소했다. 누적 영업이익률은 7.5%에서 6.3%로 낮아졌다. 상반기 중동 전쟁 여파로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컸던 영향이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전경. /현대차

◆ 현대차 판매·수익성 목표 하향…기아도 연간 수익성 눈높이 낮춰

양사의 실적은 판매 흐름에서 차이를 보였다. 현대차의 3분기 글로벌 도매판매는 92만7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했다. 국내 판매는 13만1468대로 27.2% 줄었고, 해외 판매는 78만9242대로 8.0% 감소했다. 추석 연휴에 따른 영업일수 감소와 국내 공장 파업,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기아의 글로벌 도매판매는 84만7355대로 7.9% 증가했다. 국내 판매는 14만1013대, 해외 판매는 70만6342대였다. 소매 기준 글로벌 현지 판매도 82만9000대로 6.9% 늘었다. 국내와 미국, 서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증가하며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부진을 상쇄했다.

현대차는 판매 부진에도 환율 효과와 원가 최적화, 하이브리드차(HEV) 판매 확대에 따른 차종 믹스 개선으로 영업이익을 늘렸다. 글로벌 전동화 차량 판매는 24만554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지만, HEV 판매는 16만7414대로 증가했다. 전체 판매에서 HEV가 차지하는 비중도 18.2%로 2.7%포인트 상승했다.

기아는 친환경차 판매 확대와 평균판매단가(ASP) 개선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HEV와 전기차(EV) 판매가 늘면서 판매 가격이 상승했다. 미국 자동차 품목관세율이 기존 25%에서 15%로 조정된 점도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했다. 기아는 관세율 조정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약 5300억원으로 추산했다. 판매 증가에 따른 물량 효과는 4420억원, 전년 동기 대비 우호적인 환율 효과는 529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양사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비용 부담을 피하지 못했다. 현대차의 3분기 매출원가율은 83.8%로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 철판과 알루미늄 가격이 2분기 고점을 지나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이전 상승 폭이 컸던 데다 구리 가격도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이어졌다. 판매관리비율은 비용 절감 활동과 판매보증비 감소 등에 힘입어 10.3%로 2.0%포인트 하락했다.

기아의 매출원가율은 84.1%로 전년 동기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인센티브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재료비 부담이 각각 1.9%포인트, 1.2%포인트 영향을 미쳤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약 3680억원, 중동 분쟁에 따른 지역 판매 차질과 물류비 증가 등으로 약 2090억원의 손익 부담이 발생했다. 두 요인을 합친 5770억원은 영업이익률을 약 1.9%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와 가격 인하 정책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효과도 약 72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대외 변수는 양사의 연간 실적 전망에도 반영됐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도매판매 목표를 기존 415만8300대에서 400만대로 낮췄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목표도 기존 6.3~7.3%에서 5.5~6.5%로 하향 조정했다.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기존 1.0~2.0%를 유지했다. 자동차 부문 투자 계획 역시 기존 17조8000억원에서 16조원으로 1조8000억원 축소했다.

기아는 연간 판매 목표를 기존 335만대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수익성은 당초 제시한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 전무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도 수익성 측면에서 드라마틱하게 턴어라운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상반기 실적 발표 당시에는 중동 전쟁이 3분기 정도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측이 어긋났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여파는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판매 대수는 당초 제시한 전망에서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수익성은 기존에 말씀드린 수치에 다소 미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EV4 GT·EV3 GT·EV5 GT. /기아

◆ HEV·EV 신차로 4분기 반등 노린다…생산 정상화·원가 절감 총력

양사는 4분기 생산 정상화와 신차 출시,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통해 실적 회복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 생산이 지난달부터 정상화 단계에 들어선 만큼 주요 신차 판매를 본격화하고 전사적인 비용 절감과 원가 구조 개선을 이어갈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투싼, G80 하이브리드 등을 선보이고 싼타페와 제네시스 G90 부분변경 모델 출시도 추진한다. 북미에서는 투싼과 GV80 하이브리드, 유럽에서는 아이오닉 3와 베이온 등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테슬라와 중국 완성차 업체의 가격 공세에 맞서 가격 인하보다 금융·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둔다. 할부 금융을 통해 소비자의 월 납입 부담을 낮추고, 전국 1000개가 넘는 서비스 거점을 활용해 전기차 정비와 부품 공급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기아도 국내에서는 신형 셀토스 하이브리드와 쏘렌토·카니발 등 주력 HEV 모델 판매에 집중한다. 미국에서는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고 텔루라이드 하이브리드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서유럽에서는 EV 풀라인업을 앞세워 연간 EV 판매를 전년 대비 79% 늘리고 전체 판매에서 EV가 차지하는 비중을 33%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인도에서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33만대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전기차 전략도 유지한다. 기아의 3분기 전동화 차량(xEV) 소매판매는 약 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2%로 9.8%포인트 상승했다. 이 가운데 EV 판매는 12만3000대로 75.4%, HEV 판매는 17만2000대로 46% 늘었다. 특히 미국 HEV 판매는 6만9000대로 118% 증가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10.6%로 2011년 미국 HEV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기아는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전기차를 포기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 아니다”라며 “올해와 내년까지는 기존 전기차 전략을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인센티브 정상화와 배터리·모터·히트펌프 등 주요 부품의 원가 절감을 통해 2~3년 안에 EV에서도 HEV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주요 부품 원가는 향후 3년간 매년 약 10%씩 낮출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주주환원 정책도 이어간다. 기아는 최소 배당금 6000원과 총주주환원율 35%라는 기존 계획을 유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보다 배당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24년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보통주와 우선주에 주당 2500원의 3분기 배당을 실시한다. 다만 당초 발표한 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은 미국 관세 등 달라진 경영환경을 고려해 최적의 이행 방안을 재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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