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푼 정치(80)] ‘빨대 논란’이 드러낸 소방 재정 딜레마

시사위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소방공무원 명예회복 및 소방조직 재정 책임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소방공무원 명예회복 및 소방조직 재정 책임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소은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계기로 소방 재정의 국가 책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인건비와 운영비 상당 부분은 여전히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구조가 쟁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국가와 지방 간 비용 분담 방식을 두고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

Q. 소방 재정 논란은 어떻게 시작됐는가

A.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 등을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문제를 설명하려던 취지였지만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해당 발언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후 16일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 중 사고가 발생했고 고 김진석 소방위가 다음날 끝내 순직하면서 발언의 파장도 커졌다. 추 지사는 김 소방위의 빈소를 조문한 뒤 자신의 발언을 “표현상의 실수”라고 인정하면서도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 표현을 둘러싸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부승찬 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비판이 다시 확산됐다. 부 의원은 지난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추 지사의 발언에 대해 “물론 큰 잘못을 하셨지만, 충분히 사과하셨다”고 옹호했기 때문이다.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노제 행렬이 지난 19일 경기도 부천소방서 오정 119안전센터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노제 행렬이 지난 19일 경기도 부천소방서 오정 119안전센터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Q. 소방 재정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가

A. 소방공무원은 지난 2020년 국가직으로 바뀌었지만 예산을 마련하는 방식은 여전히 지방정부 중심으로 운영된다. 2026년 기준 전국 소방재원 8조5,967억원 가운데 국비 지원은 10.7%에 불과하다. 국가직 전환 이전인 2015년 국비 지원 비중이 11%였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아울러 재원 감소 문제도 겹쳐있다. 내년도 소방안전교부세는 올해 1조503억원보다 27.6% 줄어든 7,605억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정 구조가 지방정부의 소방 안전 투자 여력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청년입법정책학회가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2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79%가 지방정부의 소방 안전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Q. 소방안전교부세는 어떤 재원으로 마련되는가

A. 소방안전교부세는 재원 조달 방식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안전교부세는 2015년 담뱃값 인상과 함께 신설됐고,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총액의 45%를 유일한 세원으로 삼는다. 일반 궐련 20개비당 개별소비세는 594원으로 도입 이후 11년째 단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담배 판매량 감소를 소방안전교부세 감소의 원인으로 설명해 왔다. 이에 따라 담배 판매량에 따라 소방 재원이 달라지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가 금연을 권장하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 재정은 담배 판매량에 좌우되고 있어서다.

Q. 정치권에서는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는가

A.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소방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방 현장 지원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소방관 여러분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 처우개선, 지원 강화에도 더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며 국가직 전환 취지에 맞춰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 책임 확대를 요구해 온 추 지사는 지난 27일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만나 소방 재정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와 안정적 재원 확충의 필요성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했다. 추 지사는 한국정책학회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소방 사무가 법령상 자치사무로 명시돼 있지만 실제 성질을 보면 국가 사무 43%, 국가·지방 공동사무 23%, 지방 사무 34% 수준”이라며 “실질적 사무 비중을 감안해 소방 비용을 국가와 지방이 55 대 45로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추미애 경기지사가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소방재정지원 및 시·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건비 계정의 세입 부족분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해 소방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추 지사를 엄호해 비판받은 부 의원도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를 소방 목적 재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일반 궐련 담배 한 갑당 부과되는 담배소비세 1,007원의 43.99%인 약 443원의 지방교육세를 2027년부터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대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Q. 정부는 소방 재정의 국가 부담 확대에 어떤 입장인가

A. 이재명 대통령은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과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직 전환이 소방 사무 전체의 국가 사무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출범 500일을 맞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원래 소방은 지방 사무가 맞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소방공무원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어야 하는 힘겨운 직종”이라며 “충분히 만족할 만한 처우를 하고 있기보다 그렇지 못한 측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국가직화했으니 다 국가 사무로 전환해야 하느냐는 논쟁으로 볼 여지가 꽤 있다”면서도 “처우 개선이나 장비 보완, 이런 것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세우긴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재정 부담을 둘러싼 국가와 지방의 역할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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