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종로=박설민 기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거대한 에너지 소비도시다. 하지만 에너지 자립도는 전국 지자체 중 하위권을 달린다.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차 등 서울시의 에너지 소모량이 급증하면 타 지역의 발전 부담도 가중되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시의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새로운 대응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서울시는 28일 ‘2026 서울미래에너지포럼’을 개최하고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 및 기술적 해법을 모색했다.
◇ 전력자립도 최하위 서울… “소비하는 곳에서 생산해야”
“서울시의 에너지 정책은 이제 ‘지산지소(地産地消)’를 넘어 ‘지소재산(地消在産)’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8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서 개최된 2026 서울미래에너지포럼에서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이 같이 말했다. 대규모 전기에너지를 소비하는 서울이 이제 다른 지역에서 에너지를 받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이제 소비하는 곳에서 직접 건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박종배 교수의 지적처럼 서울시의 에너지 자립도는 지자체 최하위권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서울시의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1,211만9,000석유환산톤(toe)이다. 전국 소비량의 5.1%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서울시의 전력자립도는 11.6%에 불과하다. 인천(191.54%)과 경기(62.06%)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매우 크다. 전력자립도 전국 1위인 경북(228.1%)과 2위 전남(213.4%)과 비교시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반면 전력소비량은 인천의 2배 수준이다. 경기도는 서울시보다 2.85배 많은 전력을 소비하지만 전력자립도는 5.4배 높다.
박종배 교수는 “서울은 전국 국토 면적의 약 0.6%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약 20%, 전력 소비량의 약 10%를 차지한다”며 “반면 전력자립도는 약 11%에 그쳐 필요한 전력 대부분을 다른 지역의 발전시설과 장거리 송전망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에너지 소비가 집중된 곳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며 “특히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안정적인 청정전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버려지는 열을 에너지로… 하수열·폐열 활용 확대
하지만 당장 서울시의 전력자립도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규모 발전시설을 조성할 부지는 부족하다. 또한 외부 전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인프라 확충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심형 태양광을 통한 전력 생산 확대와 함께 냉난방 등 열에너지의 탈탄소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먼저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에너지동향분석실장은 하수열과 산업시설·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열 등 ‘미활용 열에너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서울은 인구 밀도가 높아 생활하수에서 회수할 수 있는 열에너지의 잠재량이 큰 지역이다.
이러한 열을 히트펌프로 회수해 지역난방에 활용하면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집단에너지의 연계를 확대하고 재생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서울시 에너지 자립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사례로는 서울에너지공사의 ‘서남물재생센터 하수열 활용 사업’이 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지난 2017년부터 강서구 마곡동 서남물재생센터에서 하수처리수의 열을 회수해 지역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해당 시설은 연간 약 15만Gcal의 열을 생산한다. 약 2만4,000가구의 난방 수요에 해당한다.
친환경 건축·에너지 컨설팅 기업 ‘네드’의 원종연 대표는 건물의 냉난방 효율 개선과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신축 건축물에 제로에너지 기준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존 노후 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을 병행하고 개별 건물을 넘어 도시 단위로 에너지 공급과 소비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세신 실장은 “열에너지 분야에서도 재정적 지원을 통해 초기 시장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종연 대표는 “제로에너지와 그린리모델링 기법을 건물 단위에서 도시 전체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시도 해외 스마트시티 사례에서 미래 에너지 정책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차세대 태양광 기술 ‘탠덤셀’도 주목
아울러 차세대 태양광 발전도 서울시 에너지 자립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됐다. 윤재호 한국에너지공대 교수는 실리콘 태양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를 결합한 ‘탠덤셀 태양전지’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탠덤셀(Tandem Cell)’은 서로 다른 특성 소재를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태양전지다.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 대비 발전효율이 크게 증가한다. 윤재호 교수에 따르면 최대 30~35% 수준의 높은 변환효율 구현이 가능하다.
특히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은 기존 태양전지보다 발전효율과 에너지 저장 능력이 월등히 높다.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 시스템 연구소(ISE)에 따르면 탠덤셀은 기존 실리콘 상용 태양광 모듈 대비 전력 생산 효율이 22.7% 높았다. 연구소 최대 효율로는 35.5%까지 차이가 난다.
서울시도 관련 기술 도입을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엔 서울에너지공사, 한화큐셀과 탠덤셀 실증과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는 탠덤셀을 건물 옥상, 주차장, 공공시설 등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도시 특성을 고려, 고효율 태양광 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실증에서는 탠덤 태양광을 주차장 캐노피에 설치한다.
“향후에는 건물 외벽뿐 아니라 창호에도 반투명 태양광 모듈을 적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면 서울에 더욱 효과적으로 친환경 무탄소 전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이날 영상 개회사를 통해 오세훈 시장은 “앞으로도 도시계획 단계부터 친환경 에너지 활용을 반영하고 한강의 수열을 비롯한 재생열 보급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며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고 더 안전하고 쾌적한 서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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