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지났는데 왜 아직도”…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 더딘 진상규명에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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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별들의집'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 내외식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울분을 토하는 이란 희생자 고(故) 알리 파라칸드 씨의 어머니의 모습이다. / 이민지 기자
28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별들의집'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 내외식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울분을 토하는 이란 희생자 고(故) 알리 파라칸드 씨의 어머니의 모습이다. / 이민지 기자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네 번째 해를 맞았지만, 유가족들의 질문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다. 참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현장에 충분한 경찰과 구조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외국인 유가족들은 4년이 지나도록 같은 질문을 되풀이해야 하는 현실에 답답함과 울분을 토해냈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별들의집’에서 외국인 유가족 내외식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올해 방한한 유가족은 △이란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노르웨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호주 등 10개국 18가족 35명이다. 이날 현장에는 유가족과 통역사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 이후 시작된 간담회에서 외국인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향한 그리움을 전하는 한편, 더디게 진행되는 진상규명 과정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들의 모습이다. / 이민지 기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이태원 참사 외국인 유가족들의 모습이다. / 이민지 기자

노르웨이에서 온 고(故) 스티네 에벤센 씨의 어머니 수산나 로아크밤 씨는 “사랑하는 스티네를 잃은 지 이제 4년이 됐다. 스티네가 없는 삶은 예전과 같지 않고 앞으로도 결코 예전 같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한국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서울에 오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조사가 지난해 마무리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마침내 답을 얻게 되리라 기대했다”며 “왜 모든 것이 이토록 오래 걸리는지 알 수 없다. 지난 4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신청서를 작성했다. 조사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서 누구에게 신청해야 하는지, 무엇에 관한 것인지 조차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가장 고통스러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여전히 얻지 못했다”며 “왜 아무도 일어난 일에 책임을 지지 않는지, 왜 우리는 아직도 진실이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긴장감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 왜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이 절차가 왜 계속 지연되고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희생자 고(故) 리마무 게네고 씨의 아버지 파스칼 게네고 씨 역시 “조사 기간이 1년 연장됐고,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며 “계속해서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명확하지 않은 설명만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4주기를 맞아 진행된 외국인 유가족 내외식 기자간담회에는 유가족과 통역사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 뉴시스
이태원 참사 4주기를 맞아 진행된 외국인 유가족 내외식 기자간담회에는 유가족과 통역사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 뉴시스

이날 시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지난 27일 외국인 유가족을 대상으로 참사 당일 희생자들의 동선과 영상 속 신원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특조위가 확보한 현장 CCTV와 소방관 바디캠, 개인 촬영 영상 등 1,000여개의 자료를 토대로 희생자들의 동선과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유가족 세르니야조바 다미라 씨는 “올해엔 이미 조사가 끝나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해도 아무런 결과 보고서를 받지 못했다”며 “특조위가 정직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고, 이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다. 올해는 부디 진상이 규명돼 조사 결과를 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는 제게 매우 힘든 날이었다. 동생이 사망하기 전까지의 동선을 확인했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도 지켜봤다”며 “이는 지난해부터 저희가 확인을 요청했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응급구조와 응급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동생을 살릴 가능성은 없었는지가 매우 궁금했다. 동생이 어떤 병원에 처음으로 옮겨졌고 언제 사망했는지도 알고 싶었는데, 이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생이 구조되기 전까지 44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산소 없이 구조를 기다리기에는 매우 긴 시간”이라며 “이태원 참사는 현장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고 생각한다. 당시 동생 위로 사람들이 밟고 가기도 했다”고 영상을 통해 확인한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구조대가 마침내 동생에게 도착하고 나서야 사람들을 통솔하며 구조를 시작했다”며 “현장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당시 경찰은 어디 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내부 한 켠에 마련된 희생자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외국인 유가족들의 모습이다. / 이민지 기자
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 내부 한 켠에 마련된 희생자들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외국인 유가족들의 모습이다. / 이민지 기자

전날 영상을 통해 가족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은 다른 유가족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란 희생자 고(故) 알리 파라칸드 씨의 어머니는 “(어제 영상을 통해) 갑자기 뒤에서 굉장히 많은 압력이 들어오고, 아들이 자리에서 손을 올리거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던 걸 봤다”며 “머리를 하늘 쪽으로 향한 채 한숨을 여러 번 쉬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러다 한 순간에 갑자기 머리가 아래로 쳐졌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구조 요청이 있으면 가장 빠른 시간 내 도착한다”며 “우리 아이는 도움을 받기 까지 5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50분이 CPR(심폐소생술)을 받기까지 과연 적당한 시간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외국인 유가족들은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참사와 진상규명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원활한 정보 전달을 위한 공식 소통 창구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오는 29일 광화문광장에서는 10‧29 이태원참사 4주기 기억식이 열린다. 이번 기억식은 지난해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 추모식을 개최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정부 공식 추모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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