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좋은 소재를 가져왔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다. 작품이 가진 색깔 안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내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와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화제성 위치가 뒤바뀐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닥터X'는 일본 TV아사히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천재적인 수술 실력을 갖춘 외과의사 계수정(김지원)이 의료계의 부조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줄거리에서 짐작되듯 '닥터X'의 장점은 빠른 전개와 계수정의 활약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다. 1회 시청률 11.4%로 시작해 6회 19.5%까지 상승했고 김지원은 출연자 화제성 1위를 3주 연속 차지했다. 그럼에도 작품 화제성에서는 2주 동안 1위를 지키다 '100일의 거짓말'에 처음으로 왕좌를 내줬다. 앞서 의료 고증 논란 속에서도 지켜냈던 자리다.
분기점은 6회였다. 직전 5회에서는 계수정(김지원)과 나대일(장승조)의 대립이 본격화됐다. 수술방으로 돌아간 계수정이 나대일에게 통쾌한 반격을 날리면서 압도적인 수술 실력과 빠른 전개라는 '닥터X'의 강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6회에서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오상범(하성광)의 사연이 한 회 전반에 걸쳐 다뤄지면서 호흡이 길어지고 분위기도 한층 무거워졌다. 문제는 소재의 무게 자체보다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환자의 사연을 길게 따라가는 전개는 계수정의 활약을 중심으로 쌓아온 리듬과 어긋났다. 시청률은 19.5%로 상승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밀정물 ‘100일의 거짓말'은 시작부터 시대의 무게를 정면으로 다룬다. 김유정이 연기하는 이가경의 서사도 회차마다 조금씩 쌓이며 몰입감을 높인다. 1회에서 다소 얄미워 보이던 인물은 회를 거듭하며 나라를 잃은 현실과 마주하고 자신의 선택을 바꿔간다. 변화가 갑작스럽지 않은 것은 앞선 사건과 감정이 차곡차곡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변 인물의 이야기도 메인 플롯과 맞물리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두 작품의 차이는 무거운 소재를 이야기의 흐름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였느냐다. '닥터X'는 원작에 없던 소재를 끌어왔지만 기존 서사와 맞물리지 못해 흐름을 끊었다. ‘100일의 거짓말'은 처음 정한 시대와 인물의 방향을 벗어나지 않고 이야기를 넓힌다.
더 큰 문제는 이 에피소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상범의 이야기가 다음 회까지 이어지는 만큼 7회까지는 같은 약점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닥터X'에 필요한 건 수술복을 입은 김지원의 귀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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