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즌 만에 V-리그로 돌아온 이태호, 임동혁에 이어 ‘토종 아포짓’ 자존심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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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22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6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B조 우리카드전을 3-2 승리로 마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한국배구연맹 제공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한국전력의 201cm 아포짓 이태호가 다시 V-리그 무대에 오른다.

2000년생 이태호는 고교 신분으로 V-리그 문을 두드렸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한국전력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이 주로 아포짓 포지션에 들어서면서 이태호의 출전 기회를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이태호는 2019-2020시즌 미들블로커로 코트를 밟기도 했다. 당시 이태호는 16경기 29세트 출전해 36득점을 올렸다. 이태호의 개인 한 시즌 최다 득점이다.

그러던 2024년에는 변화를 꾀했다. 한국을 떠나 유럽 무대로 향했다. 포르투갈, 체코 등 유럽 리그에서 직접 부딪쳤다. 홀로 타국 생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만큼 이태호는 스스로 “성숙한 사람이 됐다”고도 했다.

2026년에는 한국전력에 새롭게 부임한 석진욱 감독이 이태호를 찾았다. 이태호는 2023-2024시즌 이후 3시즌 만에 다시 V-리그 코트에 나설 예정이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전력의 아포짓 외국인 선수 쇼가 캐나다 국가대표 일정으로 9월에 입국하면서 아포짓 자리가 공백이었다. 그동안 이태호는 비시즌 내내 아포짓 자리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2026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에서도 이태호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22일 우리카드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3세트부터 쇼 대신 선발로 나섰다. 이날 이태호는 공격으로만 15점을 선사하며 팀의 3-2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공격 점유율은 184.%, 공격 효율은 52.17%로 높았다. 왼손잡이 아포짓 이태호가 맹활약했다.

석 감독도 웃었다. 그는 “이번 비시즌 연습 과정을 모두 소화했다. 그러면서 저만큼 올라왔다. 더블 체인지 생각도 하고 있지만, 나아가 과감하게 바꿀 수 있는 카드가 생겼다”면서 “이제는 주저하는 모습이 안 나온다. 여수에 내려오기 전에도 서브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타이밍이 좋다. 본인도 감을 찾았다고 얘기를 하더라. 스스로 이겨낸 점에 대해 칭찬을 해주고 싶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2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6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B조 우리카드전에서 득점 이후 환호하고 있는 이태호./한국배구연맹 제공

현재 한국 남자배구 아포짓으로는 임동혁(대한항공)이 대표적이다. 신호진(현대캐피탈)도 태극마크를 달고 제 몫을 했다. 이태호도 ‘토종 아포짓’으로서 진가를 발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태호는 “(이)민규 형이랑 합이 좋다. 아무래도 비시즌 내내 많이 준비하면서 합이 잘 맞는다고 느낀다. 쇼가 안 될 때는 제가 들어가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22일 경기가 끝난 뒤에는 쇼와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태호는 “쇼가 저보고 잘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오늘 공격 성공률 65%로 나왔다고 말했더니, 본인은 72%라면서 이게 쇼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쇼는 굉장히 착하고 재밌는 선수다. 동료애도 강하다. 제 플레이가 안 풀리면 표정이 어둡거나 할 수도 있는데 ‘내가 안 됐으니 너가 해줘’라면서 함께 이겨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3시즌 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다. 그럼에도 이태호는 부담감이 덜했다. 그는 “생각보다 긴장이 안 됐다. 기복이 줄어든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예전에는 들어가서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컸다”면서 “사실 프로 데뷔 이후에는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해외 리그를 경험하면서 시야도 넓어졌다. 생각보다 제 자신을 믿으면서 위에서 때린다고 생각해도 잘 되는 것 같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한국전력 아포짓 이태호가 22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6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B조 우리카드전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한국배구연맹 제공

평소에도 해외 리그 영상을 챙겨본다. 현재 폴란드리그에서 뛰고 있는 일본 국가대표 다카하시 란은 물론, 왼손잡이 아포짓 선수들의 플레이도 찾아본다.

더군다나 올해 한국전력에는 베테랑 세터 두 명이 있다. ‘이적생’ 이민규와 계속 호흡해온 하승우가 있다. 이태호는 “승우 형이랑 몇 년 동안 맞춰봤다. 민규 형과는 스타일이 다른데 오히려 좋다. 승우 형은 빠르기 때문에 블로킹이 들어오기 전에 공격을 하고, 민규 형은 공이 예쁘게 올라와서 타점을 잡고 때린다. 교체로 들어가도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더 단단해진 이태호다.

한편 한국전력은 이번 컵대회에서 조별리그 B조 1위를 차지하면서 A조 2위 현대캐피탈과 오는 24일 4강에서 격돌한다. B조 2위 우리카드는 A조 1위 대한항공과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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