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2심] 시장 박탈 위기서 기사회생… 1심 뒤집고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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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한 특검의 항소도 기각했다. / 뉴시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한 특검의 항소도 기각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윤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으면서다. 재판부는 핵심 증거인 명태균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요청 사실도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검이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법정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지만, 오 시장은 시정 운영의 부담을 덜고 향후 정치 행보에 힘을 실을 계기를 마련했다.

◇ 재판부 “핵심 증거인 명태균 진술 믿기 어려워”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오 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한 특검의 항소도 기각했다. 이로써 오 시장은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받았던 1심의 판단을 뒤집게 됐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 역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명씨 진술의 신빙성이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김씨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는지 등을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는 명씨 진술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1심은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변 정황에 비춰 일부 공소사실에 관한 진술은 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일부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을 만큼 충분한 근거나 보강 증거가 없다며 결론을 달리했다.

1심은 비공표 조사 3건과 공표용 조사 2건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뢰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명태균씨가 주장한 오 시장과의 통화 시각이 설문지 전송 시각과 맞지 않는 점, 명씨가 첫 조사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의뢰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1심은 비공표 조사 3건과 공표용 조사 2건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뢰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명태균씨가 주장한 오 시장과의 통화 시각이 설문지 전송 시각과 맞지 않는 점, 명씨가 첫 조사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의뢰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에 대해 “직접 경험한 사실과 단순히 추측에 근거하거나 과장되게 진술한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답을 피하거나 객관적 정황과 배치되는 진술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오 시장의 고소 방침 발표 이후 관련 혐의를 본격적으로 진술하고 위협적인 발언을 한 점과 선거 기여를 인정받지 못한 데 섭섭함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진술의 신빙성을 낮추는 근거로 들었다.

이는 구체적인 혐의에 대한 결론에도 영향을 미쳤다. 1심은 비공표 조사 3건과 공표용 조사 2건을 오 시장이 의뢰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명씨가 주장한 오 시장과의 통화 시각이 설문지 전송 시각과 맞지 않는 점, 명씨가 첫 조사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의뢰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 시장이 처음 만난 지 이틀 된 명씨에게 울면서 조사를 부탁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용 대납 요청도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다. 김씨가 명씨 측에 돈을 보낸 사실은 인정되지만 각 송금이 기소된 여론조사의 대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불법적인 비용 대납이라면서 계좌로 돈을 보내고 일부는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한 점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후 명씨와 김씨가 가까워져 금전 거래를 이어간 정황도 종합해 오 시장의 대납 요청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고 직후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면서도 자신의 결백을 믿고 일할 기회를 준 서울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 “서울시민들의 믿음과 혜안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일해서 보답하겠다”고 감사를 표하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선고 직후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면서도 자신의 결백을 믿고 일할 기회를 준 서울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 “서울시민들의 믿음과 혜안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일해서 보답하겠다”고 감사를 표하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 뉴시스

◇ 여 “역사적 오판”, 야 “사필귀정”

이날 판결에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민주당은 판결에 유감을 표하는 한편 특검의 상고를 촉구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오 시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수용해 면죄부를 내렸다”며 “명백한 증거와 증언에도 불구하고 정반대의 판결이 내려진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성준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라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역시 “불법 정치 브로커와의 유착 면죄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특검을 향해 무리한 수사와 기소의 책임을 물었다. 장동혁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한 특검이 책임져야 한다”며 상고 포기를 요구했고, 정점식 원내대표도 “민중기 특검의 무리한 표적수사와 정치 기소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애초부터 직접 증거 없이 몇 사람의 입에만 기댄 편향된 기소였다"며 특검이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오 시장은 선고 직후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면서도 자신의 결백을 믿고 일할 기회를 준 서울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또 “서울시민들의 믿음과 혜안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일해서 보답하겠다”고 감사를 표하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반면 박노수 특검보는 “많이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재판부의 증거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항소심에 제출된 녹음파일의 증거 채택과 해석에도 이의를 제기하며 상고의 뜻을 밝혔다.

시장식 상실 위기에서 한숨 돌린 오 시장은 시정 운영의 부담을 덜고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로 입지를 다질 기회를 얻었다. 다만 특검이 증거 판단에 불복해 상고 방침을 밝힌 만큼 법정 공방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재판부 역시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며 “유죄의 의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오 시장으로서는 이번 판결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지만 최종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법 리스크는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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