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젬의 파격적인 승계 방식… 새로운 길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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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젬 창업주 이환성 회장이 전문경영인인 이경수 대표(사진)를 양자로 입양해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 세라젬
세라젬 창업주 이환성 회장이 전문경영인인 이경수 대표(사진)를 양자로 입양해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 세라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 헬스케어 전문기업 세라젬이 최근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결정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창업주인 이환성 회장이 신입사원에서 대표 자리까지 오른 전문경영인 이경수 대표를 양자로 입양해 후계자로 낙점한 것이다. 국내에선 극히 드문 양자 입양 승계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 신입사원 출신 전문경영인 양자로 입양해 승계

세라젬은 1998년 설립된 중견 헬스케어 전문기업이다. 자동 온열기를 최초로 개발해 해외를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왔고, 2018년부터는 국내 시장 공략 강화 및 사업 영역 확대를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액 규모는 5,5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세라젬은 최근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결정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창업주인 이환성 회장이 전문경영인인 이경수 대표를 양자로 입양해 승계에 돌입했다고 밝힌 것이다. 세라젬에 따르면, 이환성 회장은 2~3년간 승계문제를 고민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지난해 이경수 대표 및 양측 가족과의 논의를 거쳐 양자 입양 절차를 마쳤다. 이어 올해는 10%의 지분이 이경수 대표에게 증여됐고, 증여세 납부도 완료됐다.

1978년생인 이경수 대표는 1961년생인 이환성 회장보다 17살 어리다. 20대 중반이던 2003년 세라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해왔고, 2018년엔 국내 사업 강화를 주도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그 결과 입사 19년차인 2021년엔 대표 자리까지 오른 바 있다.

승계에 있어 ‘혈연’이 특히 강조되는 국내 기업문화에 비춰보면 상당히 놀라운 행보다. 국내에선 통상 ‘오너일가’라 불리는 창업주 또는 최대주주 일가가 경영과 소유를 대물림하는 게 일반적이다. 혈연관계가 없는 전문경영인이 대표를 맡거나 회장 등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르는 경우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경영 측면일 뿐 소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이환성 회장은 슬하에 딸이 한 명 있다. 다만,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관심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유사한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재계 4위 LG그룹의 사례가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었는데, 2004년 큰아버지인 고(故) 구본무 전 선대회장에게 양자 입양됐다.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그룹의 전통인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다만, 이 역시 혈연관계 내에서 이뤄진 양자 입양 및 승계였다는 점은 세라젬과의 차이다.

세라젬의 승계 방식은 국내에선 아주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 세라젬
세라젬의 승계 방식은 국내에선 아주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 세라젬

가까운 이웃 국가인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다르다. 세라젬과 유사한 방식의 승계가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무코요시’라 불리는 관습이 이어져 오며 성인 입양이 비교적 흔하기 때문이다. ‘무코요시’란, 아들이 없거나 가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경우 성인을 양자로 입양하면서 딸과 결혼시켜 가업을 잇도록 하는 제도다. 실제 일본의 유명 기업인 토요타와 스즈키 등도 이러한 방식으로 대를 이어나갔다.

세라젬은 이번 결정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영 연속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는 방안도 존재하지만, 이 경우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점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진과 소유주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거나 이견이 빚어질 수 있고, 전문경영인이 떠나거나 지분 매각 등으로 경영권이 매각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영과 소유의 일치된 승계는 이러한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즉, 세라젬의 승계 방식은 전문경영인이 갖는 ‘전문성’과 가족 간 승계가 지닌 ‘안정성’ 및 ‘연속성’을 모두 확보하는 차원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승계 과정에 적잖은 기간이 소요될 수 있는 점과 예상치 못한 유고 상황에 대한 대비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이환성 회장의 보유 지분은 60.5%다. 한꺼번에 대규모 지분 증여가 이뤄질 경우 일시적인 증여세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따라서 증여세 납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지분 증여를 이어가는 게 수월하다. 양자 입양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줄여줄 뿐 아니라, 뜻밖의 유고 상황이 빚어질 경우 상속으로 승계를 완료할 수 있게 해준다.

승계에 있어 핵심 요소로 볼 수 있는 세금 부담은 이번 결정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보기 어렵다. 가족에 대한 증여는 타인에 대한 증여엔 없는 공제가 존재하지만, 세라젬 승계에 있어선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 규모다. 가업승계 관련 세제 혜택 역시 세라젬의 매출 규모가 적용 기준보다 커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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