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이닝 1727구가 끝인 줄 알았다, 17세 투수 6일간 12⅓이닝 169구 더 던지다니…고교야구 이래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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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율이 박영현의 입단 환영 멘트를 보고 있다./KT 위즈 제공김지율이 10월 4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수원=김경현 기자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고교야구와 혹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좋은 성적을 위해선 훌륭한 선수가 많이 출전해야 한다. 그렇다고 특정 선수를 소위 '갈아 넣어' 좋은 성적을 올리면 그 선수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까. 지도자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고교야구에서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충암고 김지율. 2027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오른손 투수다. 186cm, 90kg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한다. 황금사자기에서 4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사실 팬들의 이목을 끈 것은 김지율의 성적이다. 지명 전까지 26경기 14승 2패 평균자책점 1.28을 기록했다. 120이닝 1727구를 던지면서 올린 성적이다. 고교생이 한 시즌 100이닝을 넘기는 경우는 정말 많지 않다. 프로와 비교했을 때 경기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 당장 부산고 하현승만 봐도 45⅔이닝을 던졌다. 전문 투수 중 가장 앞에서 지명된 서울디자인고 박근서도 41⅔이닝을 소화했다.

끝이 아니었다. 김지율은 전국체전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6일 제주고와의 16강전서 2이닝 15구 무실점 승리투수, 18일 세광고와의 8강전서 4이닝 49구 1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그리고 이틀 휴식을 취한 뒤 21일 광주일고와의 준결승서 6⅓이닝 105구 5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6일간 12⅓이닝 169구를 몰아 던진 것. 프로 선발투수도 쉽지 않은 강행군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105구를 던졌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최소 4일을 쉬어야 한다. 22일 열리는 마산용마고와의 결승전은 등판하지 않는단 의미다.

충암고 김지율이 공을 던지고 있다./김지율 본인 제공충암고 김지율이 공을 던지고 있다./김지율 본인 제공

전국체전을 마지막으로 김지율은 시즌을 마감했다. 최종 성적은 29경기 17승 2패 평균자책점 1.57이다. 132⅓이닝 1896구를 던졌다. '공식전'만 따진 기록이다. 연습경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프로야구와 비교해 보자. 팀 선배 소형준이 23경기 동안 131⅓이닝을 던졌다. 김지율은 최원태(125이닝), 양현종(124⅔이닝), 안우진(112이닝)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김지율은 2008년생으로 17세다. 완성된 몸이 아니다. 이때 많은 공을 던진다면 치명적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고교 시절 혹사로 스러져간 유망주를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투구 수 제한이 도입됐다.

토미 존 수술 전문가로 유명한 제임스 앤드루스 박사는 'ESPN'을 통해 "어린 투수들은 이제 일 년 내내 강하게 공을 던지고 있는데, 이는 좋은 일이 아니다"라면서 "휴식기가 없다. 야구는 발달이 중요한 스포츠이며, 팔꿈치의 인대가 발달하려면 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암고 김지율이 공을 던지고 있다./김지율 본인 제공

김지율도 자신의 몸 상태에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김지율은 KT 입단 후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다. 얼마 전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메디컬 테스트에서도 아무 문제 없다고, 운동해도 된다고 했다"고 말하면서도 "(메디컬 테스트 받기 전)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나 긴장하고 걱정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투수의 팔은 소모품이다. 지금 괜찮다고 해도, 투수의 투구 폼이 부드럽다고 해도, 투구 수가 늘어나면 부상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는다. 야구에서 유일한 진리다. 또한 미성숙한 신체의 부상은 비가역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김지율이 10월 4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수원=김경현 기자

한편 김지율은 내년부터 KT 유니폼을 입고 뛴다. 지명 당시 나도현 단장은 선수 맞춤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김지율은 "내년 한 번이라도 1군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면서 "믿고 올려주시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기량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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