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방산비리, 입찰 제한이 '답’"…LIG 전자전기사업도 원점 재검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비리로 지목된 LIG D&A 뇌물사건에 대한 제재 결정이 임박하면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정수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과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1조8000억 원 규모 전자전기(Electric Warfare Aircraft) 사업까지 부정수주 의혹과의 연관성이 제기되면서 계약 유지의 적정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이달 20일 LIG D&A 제재 안건을 심의하기 위한 계약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제재 여부와 처분 수위를 결정하고 후속 통보 절차를 진행한다.

이번 심의의 핵심은 제재 수위다. 뇌물 제공과 원가 부정 의혹이 함께 제기된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과징금만으로 책임을 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향후 방위사업 참여 자체를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방산업계 전반에 부정행위에 대한 경고를 전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재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입찰참가자격 제한 여부와 기간은 관련 법령과 제재 기준, 확인된 위반행위 등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과 별개로 방사청이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처분 수위를 결정하는지가 향후 방산업계의 제재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자전기사업은 이번 사건의 파장을 가늠할 핵심 변수다. 사업 규모가 1조8000억 원대에 달하는 데다 검찰이 부정수주와 관련해 지목한 핵심기술 가운데 상당수가 전자전 분야와 연관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LIG D&A가 부정한 방법으로 수주한 사업과 관련해 △소형 무인기 대응체계 △지능형 신호탐지 기술 △실시간 광대역 다중위협 신호환경 기술 △전자주사식 레이더 대응 재밍 △우주전파환경 기반 실시간 대위성 재밍 △능동위상배열 레이더용 모듈 플랫폼 등 6개 기술을 지목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4~5개 기술이 전자전 분야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기술을 확보하면 대규모 전자전기사업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만큼, 기술 확보 과정과 뇌물 제공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정행위와 대형 사업 수주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된다면 해당 사업의 계약 유지 여부 역시 예외 없이 검토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기술적 연관성만으로 전자전기사업 수주와 뇌물 사건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 해제·해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관련 기술의 실제 적용 여부와 평가 과정,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위법성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 규모가 크고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방위사업이라는 이유로 의혹에 대한 검증이나 책임 판단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 일각의 지적이다.

방사청 내부에서도 범죄행위와 수주 사업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면 계약 해제·해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전기사업은 착수 후 약 9개월이 지난 단계로,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과 비교하면 계약 해지에 따른 매몰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IG D&A는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며 전자전기사업의 핵심기술 요소와 이번 사건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해당 사업은 공정한 평가 과정을 거쳐 큰 점수 차로 선정됐으며, 혐의를 받는 방사청 공무원이 사업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업 측의 반박과 별개로 방사청은 제기된 의혹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제재 및 계약 관리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정행위가 확인된 범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묻고, 대형 사업과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계약 유지의 타당성까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재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LIG D&A가 뇌물 마련을 위해 협력업체와의 하청계약에 사업대금을 부풀려 반영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방사청이 뇌물수수와 원가부정행위를 통합 안건으로 심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뇌물 제공과 원가 부정은 각각 독립적인 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통합 심의 과정에서 기존 원가부정행위 관련 절차를 생략하기로 하면서 제재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각각의 위반행위가 별도의 제재 사유에 해당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LIG D&A 간부는 지난 2022년 7월경 방사청 공무원에게 "조만간 3억 원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뒤 해당 공무원이 추천한 협력업체와 체결한 약 22억 원 규모의 하청계약에 3억 원을 포함해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월 말 열린 공판기일에서 해당 공무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용철 방사청장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경우 방위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언급하며 과징금 부과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입찰참가자격 제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제재를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이 청장은 "뇌물사건에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계약심의위원회에서 다루는 것은 검찰이 지목한 6개 사업 관련 부정행위 가운데 1건이다. 나머지 5개 사업에 대해서는 별도 절차를 거쳐 추가 제재를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심의 결과만으로 전체 사건의 제재 수준이 확정되는 것은 아닌 만큼 후속 절차에서도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처분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LIG D&A "해당 공무원, 전자전기 평가와 무관“

이번 사건은 총사업비 915억원 규모의 방위사업 평가 과정에서 불거졌다. 검찰 수사 결과 방사청 공무원은 총 4억6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6개 방위사업의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20개 평가 항목 가운데 16개 항목에서 LIG D&A 측에 최고점을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무원과 LIG D&A 임원은 구속기소됐으며, 다른 임원 1명은 불구속기소됐다.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는 형사재판과 별개로 진행된다.

LIG D&A 측은 임직원이 기소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전자전기사업과 이번 사건을 연결하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LIG D&A 관계자는 "혐의를 받는 공무원이 참여한 일부 과제가 전자전기 사업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전자전기 사업의 핵심기술요소(CTE)와 해당 과제는 연관성이 없고, 적용 대상 무기체계 역시 전자전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업체 주관으로 진행되는 전자전기 체계개발은 대한민국 공군의 생존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범국가적 과제"라며 "신형 백두정찰기에 탑재되는 전자정보 임무장비, 함정 및 잠수함용 전자전장비, KF-21 통합전자전장비 등 다양한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는 고난도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또 "전자전기 사업 평가에는 해당 공무원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으며, 사업은 공정한 평가 과정을 거쳐 큰 점수 차로 선정됐다"며 "연관성이 없는 일부 과제로 인해 사업 주관업체가 선정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IG D&A 관계자는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신중한 보도를 요청한다"며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특정 사업의 수주 결과만이 아니라 방산 분야에서 뇌물과 원가 부정 등 위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어떤 수준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부정행위와 대형 사업 계약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되면 계약 유지 여부까지 엄정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방사청이 이번 심의에서 과징금과 입찰참가자격 제한 가운데 어떤 처분을 내릴지, 뇌물과 원가 부정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 방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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