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2026년 시점에는 4대 기획사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1990년대 허허벌판이던 가요계에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라는 주춧돌을 놓고 그 영토를 넓힌 개척자들은 당시 3대 기획사를 이끌던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숱한 풍파를 겪었지만, 이들은 결코 과거의 유물로 남지 않았다. 2026년 가을, 각자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세 사람은 여전히 대중음악계를 누비고 있다.
우선 K팝의 설계자 이수만이다. 2023년 SM 경영권 분쟁 끝에 회사를 떠나고 국내 경업 금지 족쇄에 묶였던 그는, 제약이 풀리자마자 A2O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보란 듯이 신인 걸그룹 A2O LITE와 보이그룹 A2O SOUL을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 유영진 프로듀서와 다시 손잡고 내놓은 A2O LITE의 데뷔곡 '니온(NEON)'은 발매 29시간 만에 멜론 TOP100 1위를 찍었다. 2021년 차트 개편 이후 신인 데뷔곡으로는 역대 최단 시간 정상 등극이다. 보아의 카리스마와 소녀시대의 칼군무, 에프엑스의 파격을 결합한 듯한 정교한 무대는 이수만 고유의 프로듀싱 미학이 2026년에도 여전히 강력한 파괴력을 지녔음을 입증했다.
박진영은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외교관'이자 '전략가'로 보폭을 넓혔다.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그는 4대 기획사(하이브·SM·JYP·YG)를 한데 묶어 2027년 '한국판 코첼라'를 지향하는 글로벌 메가 페스티벌 '패노메논(FANOMENON)'을 추진 중이다.
최근 상표권 선점과 업무추진비 의혹으로 정치권의 타깃이 되자, 그는 피하는 대신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자진 출석하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20년 전 원더걸스로 미국 시장에 도전했던 그때처럼, 지금 K팝이 다다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4사의 희생과 국가적 프로젝트가 절실하다"며 눈앞의 손익을 넘어선 거시적 비전을 웅변했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14일 새벽, 무려 7년 8개월 만에 공식 블로그를 통해 줄글 형태의 'FROM YG'를 깜짝 게재했다. 2001년 밀레니엄 시절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팬들과 직통으로 소통하던 25년 역사의 창구를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다시 살려낸 것이다.
그는 담백한 문장 속에 베이비몬스터와 트레저의 신곡 발표, 그리고 차세대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연내 데모 녹음 현황을 담아냈다. 바쁜 제작 일선에서 직접 타자기를 두드리며 음악의 완성도를 챙기는 모습은 여전히 열정 그 자체다.
시대는 바뀌었고 생태계도 변화했지만, 여전히 음악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것은 사람의 '감과 뚝심'이다. 새로운 레이블로 차트 역사를 다시 쓴 이수만, K팝의 다음 10년을 설계하기 위해 국회마저 흔들어 깨운 박진영, 그리고 밤을 지새우며 소속 가수의 앨범을 챙기는 양현석. 세 거장의 숨 가쁜 레이스는, 오늘날 K팝의 눈부신 번영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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