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저축은행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잇따르는 가운데 상상인저축은행의 새 주인 찾기는 1년 가까이 협상이 지속되고 있다.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부실채권 부담이 여전해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 비용이 거래 성사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 주식 처분 예정일을 기존 10월 12일에서 11월 2일로 연기했다. 지난해 10월 KBI그룹 계열사인 KBI국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다섯 번째 일정 변경이다.
매각 대상은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90.01%로, 거래금액은 1107억원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상상인의 보유 지분은 100%에서 9.99%로 낮아진다.
당초 올해 3월 말로 예정됐던 거래 종결 시점은 거듭 미뤄졌다. 지난 8월에는 KBI국인산업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주식취득 승인 신청을 자진 철회하면서 매각 작업이 재협상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재 양측은 세부 거래조건을 다시 협의하고 있다. 이번에 공시된 11월 2일 역시 거래 종결이 확정된 날짜는 아니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금융당국의 주식취득 승인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이 지연되는 사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새로운 대주주를 맞이하거나 인수를 추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4월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한화생명도 지난달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EQT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50.54%를 4400억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생명은 저축은행을 간접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도 지난 6월 대원저축은행 지분 100%를 12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핀다 측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거쳐 비대면 영업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저축은행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보험사들이 여·수신 기반 확보와 고객층 확대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다면 핀다는 기존 대출 중개 사업을 직접 금융서비스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업권 전반의 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업권 연체율은 6.26%로 전년 동기보다 1.27%포인트 줄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5.14%에서 3.63%로 낮아졌다.
◇부실여신 줄었지만…업권 평균 두 배 넘는 연체율

올해 6월 말 상상인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4.23%로 지난해 말(16.90%)보다 2.67%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2.53%에서 18.51%로 4.02%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나 업권 평균 연체율(6.26%)과 고정이하여신비율(8.16%)에 비하면 모두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올해 6월 말 2559억원으로 전년 동기(4273억원)보다 1714억원 감소했으나, 전체 여신에서 부실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0%에 가까워 건전성 관리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체 부담이 크다. 부동산 PF와 건설업·부동산업 대출을 합친 신용공여액은 3429억원으로, 이 가운데 1057억원이 연체 상태다. 연체율은 30.83%에 달한다. 부동산 PF 대출과 부동산업 대출의 연체율은 각각 37.97%, 38.64%로 집계됐다.
자산 규모도 크게 줄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총자산은 2022년 상반기 3조656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263억원으로 44.6%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1897억원 줄었다.
수익성 회복도 과제다.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4억원으로 전년 동기(158억원)보다 46.8% 감소했다. 부실채권 정리와 함께 축소된 영업 기반을 회복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KBI그룹으로서는 지분 인수대금 1107억원 외에도 부실채권 정리와 영업 정상화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높은 연체율과 줄어든 자산 규모가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섯 차례 연기된 매각…거래조건 재협의가 관건
이번 매각은 지난 2023년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상인 측에 주식처분명령을 내리면서 추진됐다.
상상인은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에 매각예정 비유동자산 손상차손 272억원을 반영했다.
KBI그룹은 인수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거래 일정이 다섯 차례 연기된 데다 금융당국이 주식취득 승인 신청까지 철회한 만큼 양측이 거래조건에 합의하더라도 실제 인수 완료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KBI그룹 관계자는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인수 관련 협의 사항에 대해 서로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중”이라며 “금융당국이 지정한 행정절차에 따라 재접수 등 향후 심사 과정 관련 법령을 준수하며 주식취득승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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