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연상호 감독이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영화 ‘실낙원’을 통해서다.
1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실낙원’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배현성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이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모친이 쓴 원안에서 출발했다. 명절에 집을 찾은 아들에게 글쓰기에 관해 물었던 어머니가 직접 연습장에 세 편가량의 이야기를 썼고 연상호 감독은 그중 한 편을 샀다.
그는 “굉장히 악한 아들과 그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의 심리, 어머니의 마지막 선택 같은 것들이 세 페이지에 걸쳐 있었다”며 “그 심리가 굉장히 기묘했고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 심리를 깊게 탐구해 보자는 마음으로 대본 작업에 임했다”고 영화의 시작을 떠올렸다.
이후 이야기는 세 가지 버전으로 발전했고 두 번째 버전은 소설 ‘블랙 인페르노’로, 세 번째 버전은 영화 ‘실낙원’으로 완성됐다. 연상호 감독은 “그 심리를 100% 파악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지만 나름대로 파악하려고 인간의 심연으로 들어가려 한 과정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인 것 같다”며 “내 영화 작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제목은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서 가져왔다. 연상호 감독은 낙원에서 쫓겨나는 동시에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갖게 되는 원작의 테마를 영화에 담고자 했다. 특히 이를 AI 시대의 ‘인간다움’과 연결했다. 그는 “AI 시대에 인간다움이라는 것은 사색이 있는 세계에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간은 사색하기 때문에 괴로움과 기쁨을 느낀다. 우주의 풀리지 않는 블랙홀처럼 인간에게도 풀리지 않는 사색의 공간이 있고, 그것이 인간의 심연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현주는 돌아온 아들의 낯선 모습으로 인해 흔들리는 엄마 류소영을 연기했다. 그는 “류소영이라는 인물이 가진 키워드를 놓고 보면 그 감정일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었다”며 “내가 느낀 그대로 표현했다. 류소영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진정성 있게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짚었다.
9년 만에 돌아온 낯선 아들 선우 역을 맡은 배현성은 대사가 많지 않은 선우의 서늘함을 눈빛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내가 엄마 근처에 나타날 때마다 엄마가 느끼는 차갑고 묘한 공기를 만들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연상호 감독은 먼저 영화를 선보인 토론토와 부산에서의 반응을 떠올리며 국내 개봉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토론토에서도 굉장히 깊이 있게 내용을 질문해줘 큰 감동을 느꼈다”며 “부산에서도 국내 관객들이 영화를 너무 깊게 봐주셨다. ‘역시 우리의 주무대는 한국’이라는 생각을 했다.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영화라는 매체의 궁극적인 엔터테인먼트는 영화가 끝난 순간부터 옆에 있는 사람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라며 “‘실낙원’이 충분히 그런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후에도 긴 시간 동안 영화 안에 있는 것들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실낙원’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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