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수다] 볼 거 다 보여준 투싼, 여전히 가격표는 오리무중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차는 이미 나왔다. 디자인도 공개했고 어떤 기술을 넣었는지도 설명했다. 기자들을 불러 직접 운전까지 시켰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 할 숫자 하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바로 '가격'이다.

현대자동차(005380) 5세대 '디 올 뉴 투싼(The all-new TUCSON)' 얘기다. 현대차는 지난 9월18일 신형 투싼을 공개하면서 10월 중 가격을 공개하고 국내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제품 설명회와 미디어 시승행사까지 마쳤다. 차체가 얼마나 커졌는지, 어떤 디자인을 택했는지, 1.6 터보 가솔린과 차세대 하이브리드가 어떻게 달리는지까지 시장에 거의 다 보여줬다.

그런데 현재 가격표는 여전히 없다. 물론 현대차 입장에서는 할 말이 있다. 애초 가격 공개 시점을 10월 중으로 예고한 만큼 아직 약속을 어긴 것도 아니다. 노조 파업 여파로 신형 투싼의 양산 계획이 미뤄졌다는 사정도 있다.

그렇다고 가격표를 둘러싼 궁금증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생산 일정이 늦어진 것과 신차에 어떤 가격을 붙일지는 결국 다른 문제다. 특히 신형 투싼이 놓인 시장 위치를 들여다보면 현대차가 마지막 숫자를 정하는 일이 간단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공교롭게도 현대차는 바로 직전 신형 아반떼에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을 마주했다.

6년 만에 완전 변경된 8세대 아반떼는 가솔린 2.0 기준 2398만원부터 시작하고 하이브리드는 세제 혜택 전 3042만원부터다. 가솔린 최상위 트림은 3152만원, 하이브리드는 3699만원까지 올라가며 선택사양을 더하면 4000만원을 넘어선다. 현대차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신형 아반떼 시작 가격은 2398만원으로 안내되고 있다. 

"이 돈이면 쏘나타."

결국 익숙한 말이 다시 나왔다. 일부 트림에서는 아반떼와 쏘나타의 가격 차가 100만원 남짓까지 좁아지면서 준중형 세단의 상품성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보다 한 체급 위 차와의 가격 차이가 먼저 화제가 됐다.

당시 현대차의 설명은 신형 투싼 가격을 바라보는 데 중요한 단서를 준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는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 첨단기술과 편의사양 확대 등을 비용 증가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비용 상승분을 그대로 차량 가격에 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차를 만드는 데 돈이 더 들었더라도 소비자가 그만큼 더 지불할지는 시장 수요와 경쟁 상황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신형 투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전보다 가격을 높일 근거는 충분하지만, 문제는 현대차가 그 근거를 얼마나 가격표에 반영할 수 있느냐다. 

현재 판매 중인 기존 투싼의 시작 가격은 2844만원이다. 바로 위 차급인 싼타페는 가솔린 3657만원, 하이브리드는 세제 혜택 후 4022만원부터 시작한다. 현대차 SUV 라인업 안에서 투싼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여지는 그리 넓지 않다는 얘기다.

신형 투싼의 시작 가격을 올리는 것 자체보다 더 까다로운 건 중·상위 트림이다. 기본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양을 더하다 보면 싼타페의 진입 가격과 간격은 훨씬 빠르게 좁아질 수 있다.

"조금 더 보태면 싼타페."

그러면 아반떼에서 들었던 말은 차명만 '투싼'으로 바뀐다. 그렇다고 가격을 낮게 묶어두기도 쉽지 않다. 차체가 커지고 새로운 기술과 사양이 늘어난 상황에서 가격 상승폭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상품성을 높이는 데 들어간 비용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 현대차가 신형 투싼 가격표에서 맞춰야 하는 건 두 개의 계산이다. 하나는 더 좋아진 신차에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를 따지는 제조사의 계산이고, 다른 하나는 그 돈을 낼 바에 어떤 차를 사는 게 유리한지를 따지는 소비자의 계산이다.

여기에 신형 투싼이 현대차 국내 판매에서 맡아야 할 역할도 무시하기 어렵다. 생산 차질을 겪은 현대차 입장에서 신차효과를 통한 판매 회복은 중요하다. 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챙기다가 초기 수요가 꺾여도 부담이고, 판매량을 의식해 가격을 공격적으로 잡으면 이번에는 수익성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 가격표가 나오지 않은 이유를 '현대차가 가격을 못 정해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대차가 예고한 가격 공개 시점은 아직 지나지 않았고 양산 일정이 밀렸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다만 가격 책정이 까다로울 만한 정황은 충분하다. 상품성 향상을 가격에 반영할수록 싼타페와의 간격은 좁아지고, 상승폭을 억제하면 높아진 비용과 신차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결국 관건은 얼마를 올리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올려도 소비자가 여전히 투싼을 선택하느냐다.

차는 이미 다 보여줬다. 이제 공개될 가격표에는 신형 투싼의 값뿐 아니라 현대차가 생각하는 '투싼의 자리'까지 함께 찍힌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카수다] 볼 거 다 보여준 투싼, 여전히 가격표는 오리무중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