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정치로 가서 큰 일 하라는 제안, 제일 거북하다"

마이데일리
손석희 / EBS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언론인 손석희가 40여 년에 걸친 치열했던 언론 인생과 역사의 변곡점마다 마주했던 순간들의 숨은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냈다.

지난 11일 방송된 EBS 다큐멘터리 시리즈 ‘시대목격’ 9회에서는 1984년 MBC 신입 아나운서로 출발해 현재 라디오 ‘손석희의 12시’를 이끌기까지 한국 저널리즘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손석희의 궤적을 심층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서 손석희는 1992년 MBC 파업 당시 방송 민주화를 외치다 구속돼 푸른 수의를 입고 활짝 웃던 유명한 사진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는 사진 속 미소에 대해 "평소 가까이 지내던 카메라 기자가 직접 사진기를 들고 찾아와 나를 찍는데 표정이 좀 멋쩍어서 나온 웃음이었다"고 담담히 회상했다. 아울러 1988년 MBC 첫 파업 당시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로서 공정방송 리본을 재킷 안쪽에 숨겨 달고 방송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 인생에서 가장 비겁했던 순간"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2014년 JTBC 앵커 시절 세월호 참사 보도에 얽힌 세심한 배려도 공개됐다. 희생자 고(故) 박수현 군의 아버지가 건넨 휴대전화 영상을 동영상이 아닌 '정지 화면'으로 방송한 이유에 대해 그는 "자극적인 보도를 지양하려 했고, 다른 유가족들 입장에서 내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영상으로 방송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냐는 생각에 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멈춘 사진으로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약 4,600명을 인터뷰하며 13년 연속 청취율 1위를 달성했던 그는 정계 입문 권유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던 일화도 밝혔다. 손석희는 "'정치권에 가서 큰일 좀 해보라'는 말이 가장 거북했다"며 "정치만이 큰일인 것은 아니며, 언론과 정치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서로 다른 영역이기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2013년 JTBC 이직 후 국정농단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PC 특종의 배경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진정성 있는 보도를 지켜본 건물 관리인의 신뢰와 협조가 결정적이었다는 비화도 소개됐다. 끝으로 자신을 움직여온 원동력에 대해 "제일 좋아하는 일을 그나마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망신당하지 않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자 자기만족이었던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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