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윤석열 ‘여론조사’ 무죄 법리적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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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서울고법 제공) / 뉴시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서울고법 제공) / 뉴시스

시사위크=김소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2심 재판부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았다. 무상 여론조사 제공을 통해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이 없었으며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 씨 사이에 사전 의뢰 및 의사 합치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 “무상 여론조사… 재산상 이익 아니다” 1심 뒤집고 윤석열 무죄

윤 전 대통령은 명씨로부터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총 58회에 걸쳐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14회를 유죄로 인정해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 명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7일 윤 전 대통령과 명 씨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유는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를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정치자금 기부가 성립하려면 재산상 이득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번 여론조사 행위는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줬을 수는 있어도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시각이다.

재판부는 명씨가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전달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는 정치적 조언을 위한 수단이자 근거 일부로 제공됐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1심은 김건희 여사와 명씨가 나눈 메시지 등을 근거로 암묵적 의사 합치를 인정했지만 2심은 사전 의뢰나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정치자금 기부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특히 명씨의 무상 제공 행위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됐다는 전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던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보석 석방돼 지난 8월 25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탑승해 있다. /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던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보석 석방돼 지난 8월 25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탑승해 있다. / 뉴시스

◇ 무상 제공도 기부 해당… 조국, 헌재 결정문으로 반박

이 같은 판결이 전해지자 범여권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해당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며 SNS를 통해 반박했다. 조 원장은 ‘재산상 이익’ 문제에 대해 여론조사의 특성을 짚었다. 여론조사는 누군가 기획·설계하고 전화를 돌리며 비용을 지급해야 나오는 용역 결과물이다.

즉 다른 후보였다면 대가를 지급하고 구매해야 할 결과물인 만큼 이를 무상으로 받았다면 그 비용이 곧 재산상 이익이라는 게 조 원장의 설명이다. 조 원장은 “정치자금법이 금전뿐 아니라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정치자금으로 규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자금법 제3조 제2호 전문은 기부를 ‘정치활동을 위해 개인 또는 후원회 그 밖의 자가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체의 행위’로 정의한다. 나아가 동호 후문에서는 ‘제3자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거나 지출하는 경우 금품이나 시설의 무상대여, 채무의 면제·경감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등은 이를 기부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부의 정의가 명확함에도 재판부가 이를 근거로 무죄를 선고하자 조 원장은 같은 법 제45조 제1항 관련 2023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위헌소원 결정문을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합헌 결정을 내린 헌재는 조항 내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무형적인 용역의 제공도 포함되는지 여부를 두고 “무형적인 용역의 제공이라도 정치활동을 위해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것으로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즉 정치자금법상 기부 개념에 불명료성이 없으며 무상 용역 제공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명태균 씨가 지난 6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오세훈 시장 지지자와 언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명태균 씨가 지난 6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오세훈 시장 지지자와 언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이어 조 원장은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했다. 명씨의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7월 1심 재판부는 총 10차례 중 5차례에 대해 오 시장의 의뢰와 후원자의 비용 대납을 인정했다.

약 2,100만원의 조사비가 타인에 의해 지급된 것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판단한 것이다. 타인이 비용을 대신 내주면 불법 정치자금이 되고 윤 전 대통령처럼 무료로 받으면 무죄 선고를 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명씨의 ‘인정 욕구’라는 동기를 무상 제공의 이유로 삼은 재판부의 접근 방식도 지목됐다. 법정이 다뤄야 할 핵심 기준은 명씨의 내면이 아닌 객관적으로 어떤 거래가 오갔고, 누구에게 전달되었는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 원장은 자신의 재판 사례를 언급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조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이 58회 간 2억 7,000만원의 여론조사를 받았지만, 무죄. 조국은 자신과 무관하게 딸이 받은 세 학기 (비성적) 장학금 600만원으로 유죄”라고 꼬집었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역시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무죄 선고의 이유”라고 지적했다. 손 대변인은 관련 사전 의뢰나 의사 합치가 없었다는 판단에 대해 여론조사가 실제 제공됐고 그중 14회는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직접 전달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치자금은 현금이나 계좌이체로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치활동과 관련된 경제적 이익을 대가 없이 제공받은 것이라면, 이를 단순한 조언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무죄 판결이 오 시장의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다만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8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두 사건은 쟁점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오 시장은 의뢰 행위도 있고 비용을 납부한 행위도 있다”며 “오 시장이 했는지 제3자가 했는지가 쟁점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가 오 시장이 당시 상황을 알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만큼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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