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 여부를 둘러싼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를 파기하고 일방적으로 이를 공개했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급기야 한국이 러시아에 석유제품을 공급해 사실상 러시아에 도움이 됐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새어 나왔다. ‘단호한 조치’를 공언한 정부의 대응 수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Q.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어떻게 시작됐나.
A. 발단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유엔(UN)총회 연설에서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생포된 북한군 병사 두 명을 최근 한국으로 보낸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문제는 이러한 공개가 우리 정부가 원하던 바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X(구 트위터)를 통해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라고 언급했다.
Q. 양측의 입장은 어떻게 다른가.
A. 우리 정부는 양측이 이번 사안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안이 포로 가족의 안전 문제를 비롯해 외교나 안보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만큼 비공개에 부치는 것이 적절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이를 요청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북한군 포로를 송환했다는 사실이 공개될 시 자국 포로 교환 기회를 포기했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보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이와 같은 비공개 합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Q. 우크라이나가 이를 공개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우크라이나 측이 직접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만큼 진의를 알 순 없으나 여러 해석은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한국으로부터 무기 지원을 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해 방공무기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살상 무기 지원은 없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 속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북한군이 직접 참전했다는 점을 통해 한국의 책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란 평가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적 행위를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끌어내고자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적 해석’을 전제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맞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유엔에서 밝히고 싶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Q. 이후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A. 일단 우리 정부는 비공개 합의를 깼다는 점, 그로 인해 이재명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까지 발생하고 있는 점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우크라이나 측의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사과의 말도 들어있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그 메시지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에 한국이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 담당 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관련 내용을 보도한 영국 가디언지의 기사를 공유하며 “한국의 제재 정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하는 시점과 겹쳤다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으로부터 수입은 사실상 러시아의 자체 정유 능력 상실에 따른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러시아를 도왔다는 취지로 읽히는 발언인 셈이다.
Q.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은?
A.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 등 여러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전날 “비공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포로 송환이 공개되고 비공개 합의를 부인하는 등 이 부분에 대해서 이재명 대통령께서 주한우크라이나 대사 대리 초치 등의 조치를 했다”며 “우크라이나 측 반응을 일단 기다려 보지만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재한국 대사 소환을 비롯해 다양한 대응 방안들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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