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집행권력에 대한 엄정한 감시와 견제를 수행해야 할 의령군의회가 스스로 존재 가치를 포기하고 있다.
군의회가 성추행 및 무고 혐의로 유죄 처벌을 받은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가 자신의 재판에서 위증을 감행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 수행비서를 지방선거 당선 직후 핵심 요직인 6급 소통비서관으로 재기용한 데 대해 침묵하면서다.
최근 이 사태는 사법 질서를 유린한 전형적인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면서 지역 사회가 거센 공분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처럼 군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군정의 도덕성과 공정이 무너져 내리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의령군의회는 최근 마무리된 제301회 제1차 정례회 기간 동안 이 문제를 단 한 마디도 지적하지 않은 채 넘어가며 거센 '맹탕 감사'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 뼈아픈 실책 외면한 채 '예산안·조례안' 처리로 급급했던 의회
의령군의회는 지난달 21일 제2차 본회의를 열어 2026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과 조례안 등 일반안건을 처리하며 20일간의 정례회 일정을 마쳤다. 아울러 지난달 3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시정·건의 사항 195건과 수범사례 13건을 집행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재정 운용 점검과 주민 소통 강조 등 다각도의 감사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
군수가 자신의 범죄 은폐에 가담해 법적 처벌을 받은 인물을 버젓이 비서관으로 재임용하고, 지역 사회가 이를 두고 도덕적 해이와 위증교사 의혹을 강하게 질타하는 마당에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회가 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 완전히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 금품 수사로 추락한 도덕성…'견제와 균형'은 어디로 갔는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의회 스스로가 사법 리스크와 도덕적 파탄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금품 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부 의원들이 경찰에 자수해 본격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가 하면, 동료 의원을 매수하기 위해 수천만 원의 돈다발로 회유를 시도했다는 추잡한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채 집행부를 향해 매서운 견제의 칼날을 겨누어야 할 의회가 오히려 사법기관의 수사 대상으로 전락하는 부끄러운 실태를 드러냈다.
여기에 일부 군의원들은 과거 오태완 군수의 성추행 재판 과정 등에서 군수와 심각할 정도로 각을 세우며 적대적 관계를 형성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180도 태도가 돌변해 오 군수를 칭찬 일색으로 감싸며 선거 과정에서 노골적인 지지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적 이합집산과 변절의 대가가 바로 이번 '침묵의 행정사무감사'로 나타난 것이 아닌지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은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 군민의 신뢰 회복하려면 의회가 먼저 썩은 부위를 도려내야 한다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 집행부가 권력을 남용하고 사법 질서를 가볍게 여기며 독단적으로 군정을 운영할 때, 가장 앞에서 매서운 질타와 견제의 칼날을 겨누어야 하는 곳이 바로 의회다.
지금이라도 의령군의회는 형식적인 행정사무감사 완료와 예산안 가결 성과에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전 수행비서의 위증죄 복직 논란과 위증교사 의혹에 눈감은 행태는 물론, 의회를 둘러싼 금품 수사 의혹과 돈다발 매수 파문에 대해 군민의 이름으로 뼈를 깎는 반성과 진상 규명에 나서야 마땅하다.
권력 앞에 무릎을 꿇고 침묵하는 의회에 미래는 없다. 군민이 세워준 의회의 자리에서 진정으로 민주주의와 상식을 외치지 않는다면, 그 서늘한 심판의 칼끝은 결국 썩어버린 의회를 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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