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정민 기자]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거세지면서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행사와 개봉 2주 차 무대인사가 잇따라 취소됐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일 공식 SNS를 통해 “예정돼 있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과 10월 7일 야외무대인사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작사는 최근 영화를 둘러싼 상황을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관객과 참석자들의 안전, 원활한 행사 진행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도 제작사의 요청에 따라 ‘암살자(들)’ 관련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연 배우 유해진과 이민호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이 무산됐다. 오는 7일 허진호 감독과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관객을 만날 예정이었던 야외무대인사도 취소됐다.
이민호가 단독으로 참여할 예정이었던 영화제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 역시 열리지 않는다. 해당 행사는 이민호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와 연기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는 자리로, 지난 8월 공식 라인업에 포함돼 기대를 모았다.
영화제 일정뿐만이 아니다. 제작사는 3일부터 5일까지 예정됐던 개봉 2주 차 주말 무대인사도 모두 취소했다. 작품을 둘러싼 논란이 출연 배우와 제작진에게까지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어 참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유해진이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박해일과 이민호가 각각 신문사 사회부장과 신입 기자를 연기했다.
논란은 영화가 공식 수사 결과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극 중 인물들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당시 중앙정보부의 개입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정치권과 일부 관객들은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영화 상영 중단과 허진호 감독 등의 국정감사 출석까지 요구했다. 반면 창작물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이어지며 논란은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허진호 감독은 영화가 제기하는 가설을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였다는 뜻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제작진 역시 다양한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라며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후폭풍은 출연 배우들에게도 향했다. 유해진이 출연한 광고 영상에는 항의성 댓글이 이어졌고, 키움증권은 유해진을 모델로 한 광고 캠페인을 종료했다. 다른 광고 영상의 댓글 기능도 중단됐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작품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지만, 영화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감독과 배우, 스태프 개인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암살자(들)’은 논란 속에서도 개봉 첫 연휴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고 누적 관객 15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영화제와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었던 공식 일정이 줄줄이 사라지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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