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개정안] 개정 내용에 따른 찬반 의견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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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8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가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촉구 21,013인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해 11월 28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가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촉구 21,013인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소은 기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재 누적 사망자는 11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일터에서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이어지자 지난 1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고사망만인율이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에 머무는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취지지만, 야당과 경영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최근 1년간 노동자 3명 이상 사망한 경우 영업이익의 5% 이내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이익이 없거나 산정이 어려울 경우 최대 30억원 이내에서 부과한다.

아울러 최근 3년간 산업재해로 두 차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사업주가 다시 영업정지 요청 대상이 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관계 기관에 사업 등록 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도 확대됐다. 개정 전 제51조(사업주의 작업중지)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는 등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 이번 개정안은 위험 요건을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우려되는 경우’까지로 수정하고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입법 배경에는 기존 산안법에 △사업주의 작업중지의무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 조항 등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요건이 엄격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작용했다.

특히 대다수 원청이 위험한 작업은 하청에 넘기면서도 공정(전체 작업 과정)에 대한 결정권은 독점하고 있다는 한계가 지속되자 개정안은 하청 근로자도 원청에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이 외에도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의무 주체를 기존 건설공사 발주자뿐만 아니라 도급인과 타 업종까지 확대했고, 도급인이 건설공사 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는 불가항력 사유에 폭염과 한파를 추가했다. 노사정이 산업안전·보건정책을 심의하는 ‘안전한일터위원회’도 노동부에 설치될 예정이다. 수출을 목적으로 유해·위험 기계 등을 수입할 때는 안전 인증을 면제하도록 했다.

◇ 정체된 국내 산재 사망률… 선진국과 벌어지는 격차

개정안 제안 이유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제정 및 시행에도 사고사망만인율이 주요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 이동영 입법조사관의 ‘산업안전보건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사회적 대화에 기반한 영국의 위험관리형 규제방식 도입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한국은 1970년대 후반 근로자 10만명 당 약 45명이 산재로 사망했으나 지속적인 법·제도 정비로 2023년 3.9명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이 추이는 정체기에 진입했다.

반면 영국은 1979년부터 한국보다 낮은 3.1명 수준을 유지해왔고, 최근에는 0.8명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은 △네덜란드 0.4명 △독일 0.7명 등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산안법)이 통과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산안법)이 통과되고 있다. / 뉴시스

◇ 경영계·야당 “이중 징벌이자 과도한 제재”

야당과 경영계의 반발은 거세다. 이미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시 중처법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 징벌’이자 과도한 제재라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개정안 통과 당일(1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이 기업 경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하고 비현실적 기준을 담고 있어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천문학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고 중소·중견 기업은 존폐 위기에 내몰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업중지권 요건을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우려되는 경우’로 완화한 점에 대해서도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작업중지 여부 및 범위에 대한 노사 간 이견과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총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이 부재할수록 이해관계자의 주관적이고 자의적 판단이 개입돼 현장 혼란 심화와 제도 악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개정안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반대 토론에 나섰다. 본회의 전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제2의 노란봉투법이 될 수 있다”며 과징금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무리한 방식으로 접근했을 때 발생할 경제적 부작용을 따져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노동자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수만 명의 노동자를 길거리에 내몬다며 과징금 규정 역시 도가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징금은 1년 안에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세 사람 이상이 목숨을 잃은 극히 일부 기업에만 적용되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1명도, 2명도 아닌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야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준”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작업중지권에 대해서는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비용을 막는 보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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