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재구성] 현대차그룹 PnC…국가 인증체계가 된 이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충전 케이블을 꽂는 것만으로 차량 인증부터 충전, 결제까지 끝나는 플러그 앤 차지(Plug & Charge, 이하 PnC)가 국가 공통 인증체계를 갖춘다. 이번에 공개된 체계의 출발점은 정부가 새로 개발한 기술이 아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21년부터 운영해 온 PnC 인증 인프라가 기반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환경공단과 공동 구축한 국가 PnC 인증체계를 처음 공개하고 실제 충전 서비스를 시연했다. 공공 충전기를 활용해 차량 연결만으로 인증과 충전 개시, 결제까지 자동으로 진행되는 과정도 확인했다. 

이번 발표만 놓고 보면 전기차 충전 편의 기능이 하나 추가된 것으로 보이지만, 과정은 조금 다르다. 현대차그룹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PnC 인증서와 인증서 발행 권한을 올해 7월 정부에 무상 이관했다. 자동차회사가 직접 운영하던 인증 기반을 국가 공통 체계로 전환한 것이다.

왜 자체 인증체계를 국가에 내놓았을까. PnC의 가치는 특정 충전소에서 작동하는 데 있지 않고 차량과 충전사업자가 달라도 같은 방식으로 인증·결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체망 확대에도…'각자 인증' 확산의 벽

현대차그룹은 PnC를 일찍 상용화했다. 차량과 충전기가 암호화 통신을 통해 서로를 확인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별도의 회원카드나 신용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초기 등록을 마치면 차량이 인증 수단 역할을 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용할 수 있는 충전망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한동안 자체 초고속 충전 서비스 이피트(E-pit)를 중심으로 PnC를 제공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채비와 GS차지비, 에버온, 이지차저 등 국내 주요 충전사업자 12곳과 연동해 사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이피트 64곳에서 이용 가능했던 PnC를 다른 사업자 충전망까지 확대하는 계획이었다. 

실제 확장도 진행됐다. 올해 6월 채비와 기술 연동을 마치면서 기존 이피트 중심이던 서비스 범위를 전국 채비 충전소 약 1500곳까지 넓혔다. 현대차그룹이 다른 충전사업자와 인증체계를 연결해 PnC 사용처를 확대한 첫 실질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충전사업자와 개별적으로 연결하는 방식만으로 PnC 전체 생태계를 넓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대차그룹도 앞서 정부와 협약을 맺으면서 완성차 제조사와 충전업체마다 PnC 인증 방식이 달라 고객 불편과 기술 보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제표준 기반 기술이라도 차량과 충전기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도록 인증서를 발급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제각각이면 이용 가능한 조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마다 다른 인증체계를 만들고 충전사업자와 일일이 연동하는 구조가 유지될 경우 PnC가 지원되는 차량과 충전기가 늘어날수록 연결해야 할 대상도 함께 많아진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인증서와 발행 권한을 정부에 무상 이관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회사가 개별 사업자와 연결 범위를 계속 넓히는 대신 공통 인증 기반 자체를 국가 단위로 만들고 완성차·충전사업자가 함께 사용하는 구조를 택한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은 현대차그룹의 인증체계와 기술을 토대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정부 통합 인증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부가 운영을 지원한다. 적용 대상도 현대차·기아·제네시스에 국한하지 않고 PnC 기술을 지원하는 국산·수입 전기차와 여러 충전사업자로 열어두고 있다.

◆인증 권한 이관 뒤…PnC 이용 범위 확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역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자체적으로 갖고 있던 인증서 발행 권한은 정부에 넘겼지만, PnC를 사용할 수 있는 충전 환경은 더 넓어질 수 있다.

특정 완성차나 충전사업자의 시스템에 이용자를 묶는 대신 공통 인증체계를 만들면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전기차 역시 더 많은 충전사업자의 설비에서 PnC를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다른 완성차와 충전사업자의 참여가 늘어날수록 공통 인증체계의 활용 범위도 커지는 구조다.

이 대목에서 이번 국가 PnC 체계의 의미도 드러난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과제가 충전기 설치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차량과 충전기가 같은 인증·결제 방식으로 연결되는 상호운용성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전국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기후부와 환경공단, 현대차그룹은 올해 12월까지 공공 충전기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안정성과 상호운용성을 검증한다. 이후 민간 충전사업자와 연계를 확대하고 보안 관리체계와 운영 기준을 보완한 뒤 2027년 2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공개의 핵심은 현대차그룹의 PnC 기술 자체보다 한 회사가 운영하던 인증체계를 여러 완성차와 충전사업자가 사용할 수 있는 공통 인프라로 바꾸는 데 있다. 

앞으로는 공공 충전기에서 검증한 체계가 얼마나 많은 민간 충전사업자와 연결되는지, 현대차그룹 외 국산·수입 전기차까지 실제 호환 범위가 얼마나 넓어지는지가 관건이다. 국가 PnC의 성패 역시 인증체계를 공개했다는 사실보다 서로 다른 차량과 충전기를 하나의 충전 경험으로 묶을 수 있느냐에서 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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