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특별한’ 결혼식⑮] 강경숙 의원 “편의시설, 실제 이용까지 확인해야”

시사위크
예식장에 경사로와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어도 신부대기실과 버진로드, 단상 등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끊기면 장애인은 결혼식 전 과정을 온전히 이용하기 어렵다. 편의시설의 설치 여부를 넘어 실제 이용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 사진=김두완 기자
예식장에 경사로와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어도 신부대기실과 버진로드, 단상 등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끊기면 장애인은 결혼식 전 과정을 온전히 이용하기 어렵다. 편의시설의 설치 여부를 넘어 실제 이용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김두완·전두성 기자  시설이 있다고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식장 입구에 경사로가 있고 건물에 승강기와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어도 신부대기실 앞에 단차가 있거나 버진로드가 좁다면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결혼식의 전 과정을 온전히 이용하기 어렵다. 편의시설의 설치 여부를 넘어 장애인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예식장 접근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편의시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가’까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예식장에 대한 편의시설 점검이 형식적인 설치 여부 확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이용 가능성까지 살펴보는 방향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특별한 지원 아닌 ‘일상의 권리’

강 의원은 장애인의 결혼식 접근성을 특별한 지원이 아닌 누구나 누려야 할 일상의 권리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의 결혼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할 삶의 중요한 과정”이라며 “결혼을 준비하고 예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장애를 이유로 불편이나 제약을 감수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의 삶을 특별한 지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기보다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일상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혼식장 접근권은 예식장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장애인 신랑·신부와 하객은 주차장과 출입구를 지나 신부대기실, 예식홀, 버진로드, 단상, 연회장 등 여러 공간을 연속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한 곳이라도 단차가 있거나 통로가 좁으면 전체 동선이 끊길 수 있다.

시사위크가 앞선 취재에서 만난 장애인들도 이 같은 문제를 호소했다. 건물에 승강기가 설치돼 있어도 신부대기실이나 예식홀로 이어지는 경로에 단차가 있었고, 버진로드에 경사로를 설치하더라도 단상과 양가 부모석 사이를 오가기 어려운 사례가 있었다. 개별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만으로 결혼식 전 과정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의 결혼식 접근성을 특별한 지원이 아닌 누구나 누려야 할 일상의 권리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의 결혼식 접근성을 특별한 지원이 아닌 누구나 누려야 할 일상의 권리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편의시설의 설치와 적정 설치 사이의 간극은 공식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23년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에 따르면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인 전국 19만991개 건물의 편의시설 설치율은 89.2%였다. 반면 법적 기준에 맞게 설치된 비율을 뜻하는 적정설치율은 79.2%로 10%p(퍼센트포인트) 낮았다.

영역별 적정설치율은 건물 출입구와 접근로 등을 포함한 매개시설이 84.2%, 복도와 계단·승강기 등 내부시설이 79.5%였다. 장애인 화장실 등이 포함된 위생시설은 73.7%, 점자블록과 유도·안내설비 등 안내시설은 57.2%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예식장만을 분리해 분석한 결과가 아니며 장애인의 실제 이용 가능성을 직접 측정한 통계도 아니다. 다만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과 법적 기준에 맞게 갖추는 것 사이에도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법정 기준에 맞게 설치된 시설이라도 장애인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강 의원은 “법정 기준에 따라 경사로와 승강기, 장애인 화장실 등이 설치돼 있더라도 신부대기실이나 버진로드로 이동하는 과정에 단차가 있거나 통로가 지나치게 좁다면 실제 이용에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23년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 편의시설 설치율은 89.2%였지만 법적 기준에 맞게 설치된 비율인 적정설치율은 79.2%로 10%p 낮았다. 해당 수치는 예식장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아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23년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 편의시설 설치율은 89.2%였지만 법적 기준에 맞게 설치된 비율인 적정설치율은 79.2%로 10%p 낮았다. 해당 수치는 예식장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아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이어 “예식장은 일반적인 건축물 이용과 달리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이동하고, 신랑·신부와 가족, 하객이 함께 이용한다는 특성이 있어 실제 동선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기준은 시설 아닌 ‘이용자의 경험’

강 의원이 제시한 출발점은 대규모 시설 공사가 아니다. 장애 당사자의 입장에서 예식장 전체 동선을 먼저 점검하고, 당장 바꿀 수 있는 장벽부터 없애자는 것이다.

그는 “필요한 경우 이동식·휴대용 경사로를 활용하거나 내부 배치를 조정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며 “시설을 만드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실제 이용자의 경험을 기준으로 불편을 찾아내고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설 개선과 함께 종사자의 안내와 응대도 접근성을 좌우한다. 편의시설을 갖췄더라도 종사자가 이용 방법과 필요한 지원을 안내하지 못한다면 시설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강 의원은 예식장 종사자가 장애인의 이동과 시설 이용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출 수 있도록 안내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경숙 의원은 예식장 전체 동선을 장애 당사자의 입장에서 점검하고, 이동식 경사로와 내부 배치 조정, 종사자 교육 등 당장 가능한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강경숙 의원은 예식장 전체 동선을 장애 당사자의 입장에서 점검하고, 이동식 경사로와 내부 배치 조정, 종사자 교육 등 당장 가능한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장애인 친화 예식장 인증과 접근성 정보 제공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예식장을 방문하기 전에 휠체어로 신부대기실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 버진로드에 단차는 없는지, 장애인 화장실과 주차구역은 어디에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면 결혼 준비 과정의 불안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강 의원의 판단이다. 그는 “인증제 역시 형식적인 체크리스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장애 당사자의 실제 이용 경험을 반영하고, 시설뿐 아니라 직원의 응대와 서비스까지 함께 살펴보는 방식이 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접근성 정보를 제공하고 우수 사례를 확산하는 역할을, 예식장과 웨딩업계에는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역할을 제시했다. 장애인단체와 당사자도 현장에 필요한 개선점을 제안하고 함께 점검하는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고 봤다.

편의시설 설치는 접근권 보장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설치된 시설이 결혼식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장애인은 여전히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도움에 의존해야 한다. 주차장에서 예식홀까지 끊어진 동선을 잇고, 종사자가 필요한 지원을 안내하며, 당사자의 이용 경험을 점검과 인증의 기준으로 삼는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강 의원은 “결국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라며 “작은 불편을 하나씩 발견하고 개선해 나가는 데서부터 사회의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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