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국민의힘이 21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입장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국회가 권한쟁의를 통해 직접 문제 제기에 나서면서 인선 갈등이 한층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 민주당 “권한쟁의 사안 아냐”… 청와대 “판단 기다릴 것”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미제출과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행위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 김태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법관) 제청권 행사는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이고, 제청권 행사가 있으면 (대통령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게 당연하다”며 “특별한 하자 없이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내지 않은 것은 명백한 권한남용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 권한의 존부나 침해 여부에 대해 다툼이 발생했을 때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판해 해결하는 제도다.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에 의해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부여받은 권한을 침해당했거나 침해당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 청구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미제출로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은 지난달 18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 전 대법관과 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제청하면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손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한 반면,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지난 17일 국회 본회를 통과했고, 이날 공식 취임했다.
청와대는 당시 손 부장판사 제청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재제청의 이유로 들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7개월이 넘도록 제청을 하지 않다가, 지난달 18일 실질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손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제청이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 가운데 일부만 선별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는지를 문제 삼았다. 입맛에 맞는 특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만 국회에 넘기고 나머지는 다시 제청하도록 할 수 있다면, 대법원장이 행사하는 제청권의 의미가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국회 역시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을 심사하고 임명동의 여부를 판단할 기회 자체를 잃게 돼, 국회의 임명동의권까지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은 후보자의 적격성에 대한 판단이 최종 임명 단계에서 대통령의 권한으로 이뤄질 수 있는데, 그에 앞서 국회 동의 절차 자체를 막는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 범위를 넘어선다는 주장도 펼쳤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이 국회의원들의 임명동의안 심의·표결권과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을 침해했는지 헌법재판소가 판단해달라고 청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별개의 권한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할 권한이 있듯, 대통령 역시 제청된 후보자에 대해 임명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최종적인 임명 판단 권한을 지닌 대통령이 특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제출을 거부하고 재제청을 요구한 것은 국회의 임명동의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임명권은 아니다”며 이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특히 과거 대법관 인선에서도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사전 협의를 거쳐 후보자를 제청해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에는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청와대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대법원장이 정치를 하고 있다”며 “이게 권한쟁의로 갈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에게 공을 넘겼다. 강유적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같은 라디오에서 “다음 단계는 제청권자인 대법원장 몫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라 저희가 시기나 방식을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재제청을 요구한 만큼 이후 후보자 제청 방식과 시점까지 청와대가 직접 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강 수석대변인은 “대법관 공석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직결된다”며 조 대법원장의 판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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