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산리오·포켓몬 없으면 안 팔리나…유통가 ‘IP 경쟁’ 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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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매장에 진열된 산리오 협업 제품들. /방금숙 기자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캐릭터 굿즈를 갖기 위해 제품을 산다.”

최근 산리오·포켓몬 등 인기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앞세운 유통가 협업이 활발한 가운데, 검증된 대형 IP로의 쏠림이 심화하면서 소비자 피로감과 상품 차별화 한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산리오캐릭터즈와 포켓몬을 필두로 한 캐릭터 IP 마케팅이 식품·뷰티·편의점·생활용품 등 소비재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캐릭터가 매출과 오프라인 매장 방문을 동시에 이끄는 핵심 콘텐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캐릭터 IP 경쟁의 중심에는 산리오캐릭터즈와 포켓몬이 있다. 이 가운데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쿠로미, 시나모롤, 포차코 등 다양한 캐릭터를 보유한 산리오는 캐릭터별로 팬층을 겨냥할 수 있어 유통업계의 협업 수요가 꾸준하다.

◇ 올리브영, 산리오 협업만 81개 브랜드·321종

최근 CJ올리브영의 행보는 캐릭터 마케팅이 개별 브랜드를 넘어 유통 플랫폼 전체의 집객 전략으로 확장했음을 보여준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7월 산리오 ‘태닝 에디션’을 진행하며 참여 브랜드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60% 끌어올리고, 팝업스토어에 3만3000명을 불러모았다. 캠페인 기간 올리브영 15~29세 회원의 33%가 협업 상품을 구매했다.

‘시티 로그’ 행사가 진행 중인 올리브영 매장에서 고객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방금숙 기자

이 같은 성과를 확인한 올리브영은 올해 협업 규모를 대폭 키웠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진행 중인 ‘올리브영 시티 로그’에는 지난해보다 170% 늘어난 81개 브랜드가 참여했고, 협업 제품 수도 50% 증가한 321종으로 확대됐다. 협업 범위 역시 뷰티를 넘어 웰니스와 라이프스타일까지 넓어졌다.

81개 브랜드가 하나의 IP를 중심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방식은 IP가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유통 플랫폼 자체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마케팅 자산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개별 브랜드와의 산리오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올해 산리오와 네 번째 협업을 진행했다. 한복을 입은 마이멜로디·쿠로미·시나모롤·포차코를 앞세워 음료와 디저트, 랜덤 피규어 마그넷, 키링 등을 선보였다.

농심은 올리브영의 산리오 협업 캠페인에 참여해 헬로키티를 적용한 스낵을 출시하고, 올리브영 명동 매장에서 K-스낵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캐릭터 IP를 식품과 뷰티, 외국인 관광객을 잇는 매개체로 활용한 것이다.

락앤락도 텀블러와 보틀, 지퍼백 등에 산리오캐릭터즈를 적용한 제품을 내놓으며 Z세대 공략에 나섰다.

이디야커피 매장에 진열된 산리오캐릭터즈 협업 굿즈. /방금숙 기자

◇ 편의점 ‘캐릭터=집객 무기’…2030 키덜트가 주도

가격이나 품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저성장 국면에서 ‘누구와 협업했는가’는 곧 상품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점포 간 차별화가 시급한 편의점업계에서는 캐릭터 IP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CU의 캐릭터 IP 협업 상품 매출은 2023년 전년 대비 320.0% 급증한 데 이어 2024년 82.2%, 2025년 105.7% 성장했다. 취급 상품 수도 2023년 280여종에서 지난해 370여종으로 늘었다.

지난 어린이날 선보인 포켓몬 카드팩 4종은 사흘 만에 25만개가 팔려 준비 물량의 96%가 소진됐다. 같은 기간 CU의 완구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1% 증가했다.

GS25에서도 올해 1~8월 완구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키링은 133.1%, 포켓몬 카드 매출은 494% 뛰었다. 랜덤 상품 특성상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여러 상품을 구매하는 수집 소비가 매출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구매층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5월 1~11일 CU에서 캐릭터 상품을 구매한 고객을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가 전체의 61.4%를 차지했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캐릭터를 다시 소비하거나, 좋아하는 캐릭터를 수집하는 성인 소비자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CU에서 모델이 포켓몬 카드팩을 보고 있다. /BGF리테일

◇ 흥행 넘어 ‘상품 자산’으로…캐릭터 소비 변화

캐릭터 협업이 늘어난 배경에는 소비 구조의 변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캐릭터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8%가 캐릭터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고, 66.7%는 캐릭터가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산리오와 포켓몬처럼 여러 캐릭터를 보유한 IP는 캐릭터별로 소비층을 나눌 수 있고, 수집을 통한 반복 구매도 기대할 수 있다. 포켓몬 카드나 랜덤 키링처럼 어떤 캐릭터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품은 상품 자체는 물론 수집 과정까지 소비 대상으로 만든다.

과거 광고 노출이나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머물렀던 캐릭터 마케팅은 이제 ‘제품 구매→굿즈 소장→팝업스토어 방문→SNS 인증→재구매’로 소비 접점을 넓히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하나의 캐릭터 IP를 신제품 패키지에서 시작해 굿즈, 팝업스토어, SNS 콘텐츠, 오프라인 이벤트로 반복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 모델과 달리 장기간 동일 IP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IP 협업이 늘어나는 이유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짱구·티니핑·스폰지밥 등 팬층이 뚜렷한 IP는 물론, 주술회전·귀멸의 칼날·체인소맨 등 애니메이션 IP도 유통채널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6~8월 애니메이션·게임 피규어와 굿즈를 선보여 관련 월 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하기도 했다.

올리브영 매장 내 농심과 산리오가 협업한 헬로키티 스낵 패키지 안내. /방금숙 기자

◇ ‘또 산리오냐’ 피로감도…수익성·차별화 과제

하지만 IP 시장이 과열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리오나 포켓몬 등 검증된 대형 IP로 협업이 쏠리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희소성은 떨어지고, ‘또 같은 캐릭터냐’는 피로감이 쌓이고 있어서다.

인기 IP를 활용하는 데 따르는 비용 부담도 변수다. 고가의 라이선스 비용과 굿즈 제작비, 한정판 재고 부담이 뒤따른다. 올리브영은 올해 산리오 협업에서 IP 라이선스 비용을 전액 부담해 브랜드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지만,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IP 비용이 제품 가격 상승이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유명 캐릭터의 이름값에만 기대고 제품 자체의 품질이나 브랜드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짝 흥행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실제 SNS에서는 산리오 협업을 두고 “(협업을) 기다렸다”는 긍정적인 반응 이면에 “같은 캐릭터 상품이 질린다” “캐릭터 협업에 신경 쓸 시간에 가격 경쟁력과 제품력, 실용적인 기획에 집중해 달라” “국내 캐릭터와도 협업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대형 IP는 그나마 성공률이 높은 편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여기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브랜드와 상품에 맞는 스테디 아이템을 기본적으로 가져가면서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요즘에는 협업하는 것 자체로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을 정도로 많아졌다”며 “아직 다른 기업이 하지 않은 IP를 찾아내는 발굴 전략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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