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최근 국정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회견을 두고 여야 간 견해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정치권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 통합 △개헌 및 연임 불출마 △파병 거부 △반복된 인사 논란에 대한 입장 △‘조작기소 특검법’ 내 공소취소 조항 제외 요청 △단일종목 ETF 정책 미비점 인정 등을 주요 메시지로 내놓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진보, 개혁의 이상을 꿈꾸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우리는 모두 친문(친문재인)이고 친노(친노무현)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라며 범여권 결속과 통합을 재차 강조했다.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범여권 내 분열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그는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명백하게 말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고, 공소 취소와 관련해 “악의적 수사, 조작이 의심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특검을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기존 사건의 공소취소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국회를 향해 특검 권한 중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이나 처분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진상 규명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회견 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내내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이었다”며 “당도 더 겸손하게 경청하며 민생을 살펴 가겠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솔직하고 겸허한 자세로 국정 현안에 대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며 민생 개혁과 국민 통합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연임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한 점을 들어 국민의힘에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분명히 (입장을) 밝혔는데도 반대를 이어간다면 그것은 개헌을 막기 위한 반대”라고 지적했다.
◇ 진보 진영 “진정성은 긍정적이나 해법은 아쉬워”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 진영에서는 회견의 진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해법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국혁신당은 민심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진정성이 느껴졌다면서도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은 한계가 있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임명희 혁신당 대변인은 검찰개혁이 성공하려면 법적 제도 개선과 인적 청산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대통령은 현 검찰개혁안이 당초안보다 진전됐다고 평가했지만 이는 민심의 시각과 엄연한 온도 차가 있다는 주장이다.
파병에 대해 임 대변인은 “대통령은 호르무즈 전쟁 파병 불가를 명시하면서도 국민 안전을 이유로 청해부대의 홍해 투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청해부대의 활동 확대가 명분 없는 파병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 주장을 해 온 조국 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입장을 냈다. 조 원장은 “조작기소에 대한 사실확정이 먼저고, 그 후 공소취소 여부는 법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일관된 나의 주장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공개 반성 발언을 하게 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진, 집권 민주당, 자칭 ‘친명(친이재명)’ 평론가와 유튜버의 성찰과 책임은 남아있다”며 “진영 갈라치기에 앞장서고, 무턱대고 공소취소를 주장하고, 대통령과 정부의 실책에 대한 비판자를 ‘반명’으로 몰아세웠던 사람들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당은 입장문을 통해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노정현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청해부대의 역할 확대를 검토하는 것이 결국 파병의 작은 불씨를 남겨두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친문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의 김연욱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기자회견은 국민 통합을 말하는 자리였지만, 정작 국민이 들은 것은 ‘모두의 대통령’의 목소리보다 ‘민주당 제1호 당원’의 목소리”라고 일갈했다.
◇ 국민의힘 총공세 “현란한 말재간만 남은 기자회견”
보수 진영은 이번 회견을 두고 공세를 퍼부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절망적인 기자회견”이라며 “아무런 반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간 국민의힘이 요구해 온 ‘연임 불가 선언’에 대해 이 대통령이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정 원내대표는 “의미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자 등 떠밀려 한 말이라 믿기 어렵고 ‘하지 않겠다’가 아닌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향후 생각을 바꿀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공소취소에 대해서도 정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끝내 재판받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특검에서 공소취소 삭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검 자체가 공소취소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SNS에 “이 대통령은 6·29선언이 아니라 ‘전두환 4·13 호헌 선언의 길’을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을 들어 “국민과 전쟁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범여권 결속 발언이 대국민 회견에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대통령이 가장 잦게 언급한 단어가 ‘개혁’이었다. 지난 15개월 동안 도대체 무슨 개혁을 했다는 것인지 기억나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유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이 국정 실패에 대해 자기반성과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린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여야 간 첨예한 입장 대립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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