背有黃紋者 名爲金線蛙 殺尸疰病蟲 去勞劣 解熱毒.
등에 누런 무늬가 있는 것을 금선와(金線蛙)라 한다.
시주병의 벌레를 없애고, 허로로 쇠약한 것을 낫게 하며, 열독을 푼다.
- 허준, ‘동의보감’ 中-
시사위크|경남 합천=박설민·김두완 기자 등을 따라 길게 뻗은 두 줄의 금빛 선. 뾰족한 주둥이와 선명한 초록색 빛의 몸.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금선와(金線蛙)’라 기록된 개구리의 묘사다. 이 금빛 개구리는 오늘날 우리가 ‘금개구리’라 부르는 종으로 추정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도 금개구리의 이칭을 금선와라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금개구리는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와 함께 했던 존재다. 하지만 이제 우리 주변에선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서식지 감소와 외래종 위협속에 개체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엔 기후변화까지 금개구리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에 사라져가는 금개구리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복원 작업이 경남 합천에서 이어지고 있다.
◇ 100마리 금개구리, 합천의 야생으로 돌아가다
지난달 25일, 경남 합천군 대양면 정양리의 여름은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뜨거운 햇볕 아래 걷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이때 넓게 펼쳐진 논밭 저 멀리 무언가를 조사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무더운 날씨에도 두꺼운 고무 가슴장화까지 착용한 사람들의 얼굴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
이들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소속 2명의 연구자들이다. 센터 복원연구실의 어류양서파충류복원팀원들로 금개구리의 복원 방사를 위한 서식지 점검을 진행 중이었다. 금개구리는 서식 환경에 민감한 생물이다. 때문에 온도부터 먹이군, 수질, 일조량 등 작은 요소까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번 금개구리 복원 방사는 국립생태원과 서울대공원이 함께 진행한 것이다. 서울대공원은 금개구리의 인공증식과 방사용 개체 생산을, 국립생태원은 복원 대상지 조사와 방사 이후 모니터링·서식지 관리를 맡았다. 사육·증식에 강점이 있는 서울대공원과 현장 생태·복원 연구에 강점이 있는 국립생태원이 역할을 나눠 협업했다.
권관익 어류양서파충류복원팀 전임연구원에 따르면 국립생태원은 2019년 자체적으로 금개구리 600마리를 인공 증식한 뒤 충남 서천에 방사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센터의 한정된 사육시설로 인해 대량 증식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육·번식 역량이 강한 서울대공원과 협업하게 된 계기다. 실제로 서울대공원은 지난 2015년 자체적으로 금개구리 200마리를 인공증식에 성공한 바 있다.
물론 복원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금개구리는 수온과 수질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큰 고비는 올챙이가 어린 개구리로 변태하는 시기다. 아가미와 꼬리가 퇴화하고 폐, 팔다리가 생성되는 이 시기는 급격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때문에 작은 환경적 변화에도 민감히 반응해 스트레스가 발생,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권관익 연구원은 “개구리 사육 과정에서 변태가 시작되면 폐사율이 크게 증가하는데 원인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며 “제가 키우면서 정이 들기도 하는데 폐사하는 것을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다”고 말했다.
김민수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장도 “올챙이가 변태하는 과정에서 폐사율이 증가해 대량 사육 과정에서 개체별 관리 부담이 가장 크다”며 “한 마리, 한 마리를 작은 리빙 박스에 넣어 키우는데 굉장히 고된 일이지만 소중한 금개구리 개체를 잃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 작은 개구리 한 종이 생태계를 지탱하는 이유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팀이 운반한 투명 플라스틱 박스에는 금개구리들이 가득했다. 힘든 과정을 거쳐 국립생태원과 서울대공원은 2024년 8월 포획한 개구리로부터 인공증식에 성공한 개체들이다. 양 기관은 지난해 약 250마리의 금개구리를 인공증식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이번에 합천에 방류된 금개구리는 총 100여 마리다.
국립생태원과 서울대공원 연구팀은 5개의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논 옆의 자연형 농수로로 이동했다. 작은 늪지대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커다란 나무 그늘 덕에 수온은 25°C로 적절했다. 박스를 열자 100여마리의 개구리들은 모두 개울로 뛰어들었다. 금개구리들은 이 개울을 터전 삼아 주변 논밭, 늪지로 이동해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각각의 개구리에는 초소형 PIT 태그(Passive Integrated Transponder tag)가 부착돼 있다. 배터리 없이도 전자기 신호를 보내는 이 장치는 금개구리 개체마다 고유 식별정보가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개체를 다시 포획하지 않고도 서식지 적응 여부, 이동·분산 양상 등을 연구할 수 있다.
복원 과정의 어려움, 이후 관리까지 많은 자원을 투입해 금개구리를 복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생태계 생물다양성 유지에 있어 개구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개구리는 왜가리, 백로 등 상위포식자의 주요 먹이군이면서 동시에 곤충 등을 사냥하는 중간포식자다. 동시에 수상과 육상, 두 공간을 잇는 양서류다. 즉, 수상·육상 생태계 유지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경희대·국립생태원·한양대 연구진이 202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금개구리의 먹이 생태 지위 면적은 생태습지 공원 기준 15.31‰²였다. 논에 사는 개체 대비 40배 높은 수치다. 즉, 금개구리는 먹이원이 풍부한 습지에서 다양한 먹이를 섭취해 생태계 균형에 기여한다는 간접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금개구리 등 개구리들의 올챙이는 하천 수질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3년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파나마 하천 일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올챙이 개체 수가 98% 감소한 지역에선 조류와 미세 유기물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질소 흡수율도 50% 감소했다. 즉, 하천 내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가 멸종될 경우, 수질 자체가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또한 금개구리와 같은 지역 토종 양서류는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 메뚜기 등 농업 해충 감소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와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IRRI)는 2019년 필리핀 논들을 조사한 결과, 토종 루손혹개구리의 먹이 가운데 농업 해충이 54.1%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김민수 실장은 “금개구리뿐만 아니라 양서류 자체가 생태계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 세계 양서류의 40%가 이미 멸종위기인 상태”라며 “이를 우리가 우리가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은 생물다양성을 넘어 건강한 하천 조성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 서식지 파괴·황소개구리·기후변화… 금개구리의 험난한 미래
다만 이 같은 전문가들의 노력에도 불구, 여전히 금개구리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들의 생존을 위협 요소들이 다수 산적한 상태다. 때문에 현재 금개구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보호받고 있다. 또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도 ‘취약(VU)’ 등급으로 평가되는 국제적 멸종취약종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서식지 파괴다. 실제로 이번에 금개구리가 방류된 지역 인근에선 관광지 조성과 농지 및 경사지 정비 사업 등이 예정돼 있다. 합천 지역 주민들과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선 반드시 시행할 필요가 있는 공사들이다. 하지만 이 역시 금개구리의 생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은 필연적이라 볼 수 있다.
‘외래종 유입’도 금개구리에겐 치명적이다. 특히 ‘황소개구리’의 위협이 가장 크다. 곤충뿐만 아니라 작은 물고기, 뱀, 새까지 잡아먹는 황소개구리는 위협적인 포식자다. 실제로 2022년 전남대 생물학과 연구팀은 황소개구리가 국내 양서류 13종에 미치는 위험을 평가했다. 그 결과, 금개구리의 위험 점수는 91.67점으로 ‘극심한 위험(ER, Extreme Risk)’에 해당했다.
권관익 연구원도 “황소개구리가 금개구리를 특정 타깃으로 삼아 사냥하진 않지만 일단 눈앞에 지나가면 삼키는 버릇이 있다”며 “같은 서식지에 있다면 올챙이가 지나가거나 작은 준성체 개구리가 눈앞에서 지나가면 먹힌다”고 말했다.
이어 “황소개구리도 금개구리의 먹이군인 곤충도 잡아먹기 때문에 덩치도 크고 번식력도 강한 황소개구리가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상대적으로 금개구리가 먹이경쟁에서 도태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위협 요소도 등장했다. 2021년 국립생태원·한경대 연구진은 국내 양서류 16종을 대상으로 ‘RCP 4.5(중간 단계)’와 ‘RCP 8.5(고위험 단계)’ 두 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 기반으로 금개구리의 미래 서식지 변화를 예측했다. 그 결과, 현재 적합 서식지 면적인 1만901㎢이 2080년 촤대 98.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금개구리의 잠재 적합서식지는 RCP 4.5 시나리오에서 2030년 4,298㎢, 2050년 298㎢로 급감했다. 2080년 2,000㎢로 일부 회복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현재보다 약 81.7% 줄어든 규모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많은 RCP 8.5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 3,255㎢, 2050년 412㎢, 2080년 168㎢까지 감소해 현재 대비 약 98.5%의 적합서식지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권관익 연구원은 “사실 단순히 금전적으로나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효용성이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생태계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중간자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금개구리”라고 말했다.
이어 “생물 한 종의 멸종은 우리가 사는 집에서 벽돌 하나가 빠지는 것과 같다”며 “당장 집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그 벽돌이 필요 없었던 것은 아닌 것처럼 무너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고칠 기회도 함께 잃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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