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경남 합천=김두완·박설민 기자 합천 정양늪의 대표 캐릭터는 금개구리 ‘와우(蛙友)’다. 합천군은 행복과 풍요를 상징하는 금개구리를 정양늪의 얼굴로 택했다. 그러나 캐릭터가 된 금개구리와 달리, 실제 금개구리가 살아갈 터전을 넓히는 일은 쉽지 않다. 인공증식한 금개구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려면 수온과 수질, 식생뿐 아니라 방류 뒤에도 연구진이 안정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땅을 찾아야 한다. 적당한 공공용지는 부족하고, 사유지에서는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멸종위기종을 살려야 한다는 공익과, 자신의 땅을 온전히 이용하려는 재산권이 여기서 마주친다. 지난달 25일 국립생태원과 서울대공원은 경남 합천군 대양면 정양리의 농수로에 인공증식한 금개구리 준성체 약 100마리를 방류했다. 서울대공원은 2024년 합천에서 포획한 부모 개체의 인공증식과 방류 개체 생산을 국립생태원은 방류 대상지 조사와 방류 이후 모니터링을 맡았다.
◇ 금개구리가 살 수 있는 곳, 방류할 수 있는 곳
복원 대상지를 찾을 때 연구진은 공유수면이나 공공용지, 국공유지를 우선 검토한다. 사유지에서는 소유자의 동의 없이 금개구리를 방류하거나 서식지를 조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류 뒤 개체를 추적하고 포식자를 제거하거나 폐기물을 수거하려 해도 지속적인 출입과 관리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다.
이정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어류양서파충류복원팀장은 “멸종위기종이 국가나 공공기관 소유의 땅에만 사는 것은 아니다”며 “동물에게는 살기 좋은 곳인지가 중요하지만 사람의 기준에서는 사유지인지 공공의 땅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복원 대상지를 선정할 때 가급적 공유수면이나 공공용지, 국공립 부지를 먼저 검토한다”며 적절한 공공부지를 찾지 못하면 토지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개구리가 살 수 있으면서 기관이 장기간 관리할 수 있는 공공 수로와 습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생태적으로 적합한 장소가 사유지라면 복원기관은 토지주를 설득해야 한다. 토지주의 망설임을 금개구리 보호에 대한 반대로만 보기도 어렵다. 자신의 땅을 복원사업에 제공해도 직접적인 소득이 생기는 것은 아닌 반면, 향후 토지 이용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개구리가 정착한 뒤에도 농약을 사용하거나 수로를 준설할 수 있는지, 토지를 매매하거나 개발하려 할 때 제한이 생기는지, 영농 과정에서 개체가 폐사하면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지 등이 토지주에게는 현실적인 문제다. 좋은 뜻으로 복원에 협조했다가 예상하지 못한 관리 부담이나 재산상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다.
◇ 보호할 법은 있지만… 협조할 유인은
금개구리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법은 금개구리를 포획·채취하거나 방사·이식·훼손·고사시키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 이에 합천 복원사업에서 금개구리의 인공증식과 방류 개체 생산을 맡은 서울대공원은 지난 8월 11일 방사 허가를 받은 뒤 약 100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금개구리를 방사할 수 있다는 허가가 곧 방류할 토지를 사용할 권리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유지에 금개구리를 방류하거나 서식지를 조성하려면 별도로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사유지에 금개구리가 서식한다는 이유만으로 토지 전체가 자동으로 보호구역이 되거나 모든 영농행위가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 토지 이용의 제한 범위는 야생생물 특별보호구역 지정 여부와 개발사업 인허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복원사업에 동의하는 시점에 토지주가 앞으로 어떤 관리 협조를 요청받고, 실제 손실이 발생하면 어디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사유지 소유자가 복원사업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행법상 사유지에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있다. 환경당국과 관계 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는 토지 소유자·점유자·관리인과 ‘멸종위기종관리계약’을 맺을 수 있다. 경작 방식 변경, 화학물질 사용 감소, 습지 조성 등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계약으로 정하고, 그 이행으로 손실을 입은 사람에게 보상하는 제도다.
다만 멸종위기종관리계약의 적용 대상은 야생생물 특별보호구역과 해당 보호구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접지역으로 규정돼 있다.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 복원지에서 사유지의 협조를 얻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보상 기준이 실제 협조를 끌어내기에 충분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는 멸종위기종관리계약에 따라 휴경으로 수확할 수 없게 되거나 경작 방식 변경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경우, 토지를 임대하거나 습지를 조성한 경우 등에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에 열거된 손실보상 기준만으로 장기간의 관리 부담과 향후 토지 이용에 관한 불확실성까지 해소할 수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생태계서비스지불제계약도 활용 가능한 수단이다. 토지 소유자나 관리자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경작 방식을 바꾸거나 습지를 조성하는 등 관리 활동을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금개구리 서식지에서는 농약 사용을 줄이고 제초·준설 시기를 조정하거나 수로의 수위를 유지하는 활동과 연결할 수 있다. 관건은 일회성 활동비를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원에 필요한 기간과 실제 손실을 반영할 수 있느냐다.
◇ 선의 아닌 제도로 이어가는 복원 필요
금개구리 복원지를 넓히려면 사유지의 협조가 불가피할 수 있다. 관건은 토지주가 복원사업에 참여한 뒤 감당해야 할 의무와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사전에 얼마나 분명하게 제시하느냐다.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만으로는 장기간 이어지는 토지 이용과 서식지 관리를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계약 단계에서 기관의 출입과 모니터링 범위, 영농행위의 조정 여부, 제초·준설 방식, 우발적인 개체 폐사 때의 책임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계약기간과 보상액은 물론 금개구리의 개체 수가 늘거나 인접 토지로 이동해 추가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한 경우의 협의 절차도 미리 정하는 방식이다. 복원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표준계약이 마련된다면 지역이나 담당 기관에 따라 계약 조건이 달라지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보상기간을 복원사업의 조사·관리기간과 연동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사유지가 복원 대상지에 포함된다면 토지주도 비슷한 기간 동안 기관의 출입이나 서식지 관리에 협조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단년 계약을 반복하기보다 전체 조사기간의 관리 조건과 보상액을 사전에 제시하는 방식이 토지주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 이유다.
보상의 범위도 쟁점으로 남는다. 현행 시행령은 휴경이나 경작 방식 변경에 따른 수확 감소, 토지 임대, 습지 조성 등 비교적 구체적인 손실을 산정하도록 한다. 여기에 수로 관리비용이나 장기간 토지 이용을 조정하면서 발생하는 손실까지 포함할 수 있는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장기 협력 토지에 대한 지방세 감면, 친환경 농업 지원사업과의 연계도 토지주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거론될 수 있다. 복원 가치가 특히 높은 사유지는 매입이나 장기 임차를 통해 공공이 관리권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연구진은 금개구리를 인공증식한 뒤 방류할 물길을 찾고, 앞으로 3년간 정착 여부를 추적한다. 황소개구리와 가물치 등 포식자를 제거하고 농약병과 비닐 등 농업폐기물을 수거하는 서식지 개선도 계획돼 있다. 다만 사유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상하고 복원에 필요한 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는 연구기관의 현장 노력만으로 풀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토지·농업·세제 정책이 함께 검토돼야 하는 대목이다.
금개구리는 땅의 소유권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복원사업은 그 경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공공이 관리할 수 있는 수로가 부족해 사유지의 협조가 필요하다면 보호에 따른 책임과 비용을 토지주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는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금개구리가 살아갈 물길을 넓히는 일은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서 더 나아가 그 비용을 사회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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