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중동발 원료 수급 불안을 악용해 수조원대 가격 담합을 벌인 국내 대표 석유화학업체 전·현직 경영진이 나란히 구속 갈림길에 섰다. 이번 사건은 부당이득 규모만 15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 수준의 담합 범죄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이지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9시20분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장영수 전 PKC 대표와 김유신 OCI 대표 등 8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중이다. 피의자 명단에는 LG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정밀화학, 애경케미칼, 유니드 소속 전·현직 임원들이 포함됐다. 장 전 대표 등은 법정에 출석하며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중동 위기 악용해 원료가 핑계로 인상 모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해당 7개 석유화학 업체가 2021년부터 폴리염화비닐(PVC), 가성소다, 가소제, 염산, 염소, 하이포, TDI(폴리우레탄 원료), ECH(에폭시 수지 원료) 등 8개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협의했다고 판단했다. 이들 제품은 건설, 자동차, 전기전자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기초 원재료다.
특히 검찰은 중동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나프타 조달에 차질이 빚어진 시기, 이들이 원료 수급 불안을 명분 삼아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지 집중 조사했다. 검찰이 특정한 부당이득 규모는 15조원 이상으로, 종전 최대치였던 유가 담합(14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검찰은 지난달 5일 7개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데 이어 이달 10일 김 대표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14일 전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반복되는 대기업 담합…솜방망이 처벌이 원인
산업계 전반에서 대형 담합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밀가루 7개사, 설탕 3개사, 전력기자재 10개사 담합 사건에서 경영진을 포함해 52명이 기소됐으며, 올해 3월에도 10조원대 전분당 담합 혐의로 대상·사조CPK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대한 개인 형사처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10년 이하 징역), 캐나다(14년 이하 징역), 영국(5년 이하 징역) 등 주요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다. 법인에 과징금을 부과하더라도 기업이 얻는 초과이익이 훨씬 크고, 과징금 부담마저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된다는 비판이 지속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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