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연단에 선 이재명 대통령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고 인사와 정책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 이 대통령은 모든 것을 자신의 부족함 때문으로 돌렸다. 일과 성과에 몰두하면서 오히려 국민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점을 이 대통령은 반성했다. 당초 예정된 90분을 넘어 10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줄곧 자세를 낮췄다.
◇ ‘연임’·‘공소 취소’ 논란 직접 설명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으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약 20분간 5,000자에 달하는 원고를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이 대통령은 “지방 선거 이후로 일면 저로서는 갑작스러운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직면하여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많은 시간 숙고하고 성찰한 결과는 ‘언제나 국민이 옳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명한 주장이나 선언이 아니라 실행을 통한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민생, 개혁, 통합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아픔과 갈등에 대해서 충분하게 공감하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이번 기자회견은 기존과 달리 특정 계기에 열린 게 아니었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하락 등 복합적 악재 속 국정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기자회견 준비 과정에서부터 이러한 의중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작 전 30분이 연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만큼 (기자회견을) 책임감 있고 무겁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며 “본인 말씀을 마지막까지 가다듬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이어 나갔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결국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고, 개각 과정에서 후보자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나름의 시스템으로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언제나 부족하다”며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해 보려 한다”고 했다. 이어 “완벽하게, 앞으로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앞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가장 집중됐던 것은 ‘연임 개헌’과 ‘공소 취소’ 논란이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이 문제를 끝까지 덮고 간다면 국정 동력 확보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 대통령의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적 부담’을 지고 가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직접 짚고 넘어가면서 ‘정면돌파’에 나섰다. 연임 문제와 관련해선 모두발언을 통해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씀드린다. 저는 연임할 생각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공소 취소’ 논란과 관련해선 특검의 권한 중 공소 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이 문제가 불필요하게 정치 쟁점화돼 본질을 호도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이날 최대한 솔직하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즉각 야권에선 ‘국민이 옳다고 말하면서 국민이 절대 안 된다는 인사를 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를 둘러싼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이 대통령이 관련 질문에 “국가기관에게 독립성을 부여하는 이유가 뭔지를 좀 생각해 봐야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 파괴에 대한 반성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사자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날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개회사에서 사법권 독립의 중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날도 ‘삼권분립’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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