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한국은행이 국내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외화자산 위탁운용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 그동안 국내 운용사에 외화자산을 꾸준히 맡기며 해외투자 기반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패시브(지수 추종형) 운용 비중을 줄이고 고난도 글로벌 채권·액티브 운용 전략을 확대한다.
특히 기존 미국 종합채권 전략을 투자 대상 국가와 통화권을 크게 넓힌 ‘글로벌 종합채권(Global Aggregate)’ 전략으로 전환한다. 국내 운용사의 운용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려 글로벌 운용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행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국내 운용사 대상 외화자산 위탁운용 포트폴리오 재편’ 방안을 발표했다.
◇ 32억달러까지 키운 외화자산 위탁…‘양적 기반 조성’ 달성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운용 과정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를 활용하며 금융산업 발전과 국내 운용사의 글로벌 운용 역량 강화를 지원해왔다.
2012년 중국 주식 운용을 처음 위탁한 이후 2019년 선진국 주식, 2022년 미국 종합채권으로 위탁 대상을 확대했다. 위탁원금도 2012년 1억달러에서 2019년 7억4000만달러, 2022년 30억4000만달러를 거쳐 2025년 32억1000만달러까지 늘었다. 올해 7월에도 같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위탁 운용사는 2012년 2곳에서 2022년 5곳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은 안정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투자 전담 조직과 리서치, 리스크 관리, 결제·오퍼레이션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민간 부문의 해외주식 투자도 크게 늘면서 당초 정책 목표였던 ‘양적 기반 조성’이 상당 수준 달성됐다고 판단했다.
실제 국내 해외주식형 펀드 순자산은 2020년 27조7000억원에서 올해 6월 163조원으로 증가했다. 공모 해외주식형 펀드는 20조1000억원에서 150조5000억원으로, ETF는 1조6000억원에서 126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위탁 규모 확대보다 국내 운용사의 실질적인 운용 역량 강화에 정책 지원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 패시브 주식 줄이고 채권 확대…미국채에서 글로벌채로
한국은행은 현재 국내 운용사에 맡기고 있는 해외주식 펀드가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패시브 방식에 가까워 고도의 운용 역량을 쌓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선진국 주식 펀드 위탁 비중을 축소하고 채권 펀드 지원을 확대한다.
핵심은 2022년부터 맡겨온 ‘미국 종합채권’ 전략을 ‘글로벌 종합채권(Global Aggregate)’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존 미국 종합채권은 미국 한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만 글로벌 종합채권은 여러 국가와 통화권의 채권을 동시에 운용한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벤치마크 기준 투자 대상은 1개국·약 1만개 내외 종목에서 약 28개국·약 3만개 종목으로 확대된다.
주요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경기 사이클, 환율 변동성 등 다양한 거시경제 변수를 분석하고 국가별 금리·환율·신용위험까지 관리해야 해 운용 난이도도 높아진다.
한국은행은 이를 통해 국내 운용사들이 고도의 거시경제 분석과 정교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양적 지원’에서 ‘질적 육성’으로…글로벌 플레이어 도약 지원
이번 포트폴리오 재편은 국내 운용사 육성 방식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경쟁력 강화’로 전환되는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국내 운용사들이 액티브 운용을 통해 초과수익을 창출하고 해외 운용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채권 전략 확대에 그치지 않고 향후 주식 부문에서도 AI 기반 퀀트 전략 등 운용 역량 강화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지원을 검토한다.
특히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을 운용하는 해외 운용사와 국내 운용사의 성과를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국내 운용사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도 쉬워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기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들이 본격적인 액티브 운용 역량을 확충해 글로벌 운용사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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