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본격화되면서 지역대학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올해 패키지 지원 대학으로 부산대·전남대·충남대가 선정되면서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인재양성이 추진되고 있지만, 소수 대학에 대한 집중지원이 또 다른 대학 간 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에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계기로 추진된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통합안이 구성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공주대에서는 모든 직군이 과반 찬성했지만 충남대에서는 반대가 53.42%였고, 특히 학부생의 90.71%가 반대했다. 이 결과를 단순히 대학 통합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학 혁신을 추진하는 정부와 대학이 "우리가 설계하는 대학의 미래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발견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인력경영의 관점에서 조직의 변화는 제도와 재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구성원이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그 이후 자신의 역할과 성장 가능성을 발견할 때 비로소 변화가 실행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대학의 규모를 키우고 연구 역량을 높이더라도 졸업한 청년이 더 나은 일자리와 성장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난다면 지역인재 정책으로서는 절반의 성공이다.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대학의 간판만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 일하면 3년 뒤, 5년 뒤, 10년 뒤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라는 경력의 전망이다. 첫 일자리는 있어도 다음 경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청년에게 지역 정착을 요구하기 어렵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진짜 경쟁 상대는 수도권 대학만이 아니라 수도권이 제공하는 더 넓은 '경력의 가능성'이다.
최근 청년들의 현실은 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만 19~34세 실업 청년의 52.7%가 번아웃을 경험했고 1년 이상 구직한 청년은 61.8%에 달했다. 특히 실업 청년의 68.4%는 번아웃의 원인으로 '진로 불안'을 꼽았다. 반면 국내 전체 직업훈련 지출 가운데 현장 직업훈련 비중은 1.5%로 OECD 31개국 평균 11.7%에 크게 못 미쳤다. 경향신문 관련 기사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 프로그램 하나를 더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실제 일로 연결되고, 그 일이 다시 다음 경력으로 이어지는 경험이다.
따라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어느 대학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를 넘어 지역에서 하나의 경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설계하는 정책으로 확장돼야 한다. 대학과 지역기업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생은 기업의 실제 문제를 프로젝트로 해결하며, 현장실습과 일경험을 거쳐 인턴과 채용으로 연결돼야 한다. 취업 이후에도 재교육과 경력개발을 통해 지역 안에서 더 높은 수준의 직무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입학→교육·연구→기업 프로젝트→현장실습→취업→경력성장→지역정착이 하나의 경로로 연결돼야 하는 것이다. 거점국립대 역시 주변 대학과 경쟁하는 '승자'가 아니라 지역 사립대와 전문대, 기업, 연구기관, 지자체를 연결하는 인재육성의 '허브'가 돼야 한다.
결국 지역이 서울과 경쟁해야 할 것은 대학의 이름만이 아니다. 청년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력의 가능성이 경쟁력이 돼야 한다. 좋은 대학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청년은 지역에 남지 않는다. 그곳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고, 더 중요한 일을 맡으며, 자신의 전문성과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을 때 남는다. 그렇다면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성과 역시 대학 순위나 연구 성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졸업생이 지역기업에 얼마나 취업했는지, 3년과 5년 뒤에도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지, 그 안에서 어떤 직무와 경력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충남대 학부생 90.71%의 통합 반대 역시 대학이 설계한 미래와 학생이 기대하는 미래 사이의 간극을 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제 질문을 바꿀 때다. "어느 지역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청년이 10년의 경력을 설계할 수 있게 할 것인가" 서울대 10개보다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은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는 '지역 경력생태계'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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