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9년 만에 아시아선수권 동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대표팀은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지난 13일 일본 후쿠오카 기타큐슈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선수권 3위 결정전에서 호주를 꺾고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2017년 3위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리베로 박경민(현대캐피탈)은 이번 대회 베스트7에 이름을 올렸다.
결승에서 격돌한 일본과 이란이 각각 우승,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2028 LA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른다.
한국은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선수권에 올림픽 티켓이 걸려있는 만큼 28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했지만 4강에서 세계랭킹 6위 일본에 가로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이 가운데 일본과 이란, 한국까지 내년 9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전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확보했다. 한국은 2025년 세계선수권에 이어 2회 연속 세계무대에 오른다. 동시에 이번 대회에서 랭킹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은 한국은 현재 23위에 위치하고 있다. 총 랭킹 포인트는 152.94점이다.
물론 한국의 2028년 LA행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내년 월드컵 상위 3개 팀도 LA올림픽 본선 출전 자격을 얻는다. 또 올림픽 개최국 미국, 각 대륙별 우승팀인 5개 팀, 2027년 월드컵 상위 3개 팀을 제외하고 남은 세 자리는 FIVB 세계랭킹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다만 한국의 2년 뒤 올림픽 진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올해 8월부터 대표팀에 합류한 허수봉은 아시아선수권 주포로서 맹활약했다. 대회 도중 아포짓 임동혁(대한항공)이 허리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허수봉이 좌우를 오갔다. 6경기를 치르면서 113득점 기록, 득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허수봉에 이어 호주의 포프가 104득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허수봉은 “어제 저녁에는 선수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 (박)창성, (김)영준이가 아시안게임에 못 가기 때문에 그동안 고생했다는 얘기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올림픽의 꿈을 갖고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메달 하나 들고 돌아올 수 있어서 기분은 좋다”면서 “선수들도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꼈을 거다. 이제 아시안게임도 남았으니까 짧은 기간에 정비해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베스트7에는 일본, 이란 선수가 각 3명씩 포함됐고 3위 한국에서는 박경민이 유일했다. 허수봉도 욕심을 낼 법했다. 그럼에도 그는 “개인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이 3위를 했다는 게 중요하고, 상을 받는 동료가 있어서 다행일 뿐이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세계랭킹 6위 일본의 벽도 실감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카와 유키와 다카하시 란, 아포짓 니시다 유지로 이뤄진 삼각편대는 견고했다. 허수봉은 2019년 아시아선수권에서 만난 니시다를 기억하고 있다. 7년 전 허수봉과 니시다는 나란히 교체 멤버였다. 현재 일본 대표팀의 주축 멤버인 리베로 야마모토 도모히로, 미들블로커 오노데라 다이시도 당시 웜업존에서 출발했고, 이시카와는 결장했다.
허수봉은 “그때 저도 주전으로 뛰진 않았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일본은 팀워크면에서 완벽해졌다.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코트에서 느끼기에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다. 그래서 선수들도 조금 당황을 했던 것 같다. 저희가 갖고 있는 100%를 못 보여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이제 한 번 느꼈으니 다시 붙게 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4년까지 일본 남자배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필립 블랑 감독도 이번 대회 현장을 찾았다. 현대캐피탈 사령탑으로 세 번째 V-리그를 준비 중이다. 허수봉은 “감독님은 4강할 때부터 일본으로 오셨다. 격려도 해 주셨고, 고생했다는 말도 하셨다. 오랜만에 봬서 반가웠다”고 전했다.

이날 귀국한 대표팀은 오는 17일부터 다시 진천선수촌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다.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아경기대회에 출격할 예정이다. 올해 마지막 대회다.
허수봉은 “올해 선수들 훈련할 때, 경기할 때 분위기가 좋았다. 한 명이 득점을 해도 14명 모두 좋아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나 강팀을 상대할 때 끈끈해지는 점도 많이 좋아졌다. 작년에 이어 내년에도 월드컵에 나가게 됐는데, 큰 대회에서 성적을 내보고 싶다”면서 “다가오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저는 군필이지만, 동생들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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