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모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주식 718만여주를 인수한다. 홍 명예관장의 상속세 대출 상환을 지원하면서 장내 매각에 따른 주가 충격을 막는 동시에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10일 삼성전자 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다음 달 12일 홍 명예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18만8793주를 장외 거래로 매수한다. 취득 단가는 지난 8일 종가인 주당 26만9500원이며 총거래액은 1조9373억원이다.
이번 거래의 직접적인 배경은 홍 명예관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받은 주식담보대출 상환이다. 홍 명예관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지난 5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유산에 부과된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완납했다. 이 가운데 주식 상속세가 약 11조원이며 홍 명예관장이 부담한 세금은 3조1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홍 명예관장이 대출 상환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장내에서 대량 매각할 경우 단기간에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이 회장이 해당 지분을 장외에서 전량 인수하면 시장에 주식이 풀리지 않아 수급 충격을 피할 수 있다. 가족 간 거래지만 전 거래일 종가를 취득 단가로 적용해 가격 산정의 객관성도 확보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직접 지분이 확대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이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47%에서 1.58%로 0.11%포인트 높아진다. 홍 명예관장의 지분율은 1.10%에서 0.99%로 낮아진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을 통해 삼성전자에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직접 지분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이번 매입은 총수로서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개인 지배 기반을 보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개정 상법 시행으로 외부 주주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직접 지분 증가는 상징성이 작지 않다. 지분 증가 폭 자체는 제한적이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총수에게 집중했다는 점에서 경영권 안정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거래만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 일가의 실질적인 의결권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홍 명예관장의 지분이 이 회장에게 이전되는 내부 거래인 만큼 총수 일가 전체의 합산 지분율에는 변화가 없다. 이 회장의 개인 지분은 증가하지만 외부 주주에 대응할 수 있는 우호 지분이 새로 유입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다.
약 1조940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이 회장이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보유 현금과 배당금만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면 금융기관 대출이나 다른 자산 활용이 필요할 수 있다. 차입을 활용할 경우 이자 부담이 발생하고,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 향후 주가 변동에 따른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친족 간 대규모 장외 거래인 만큼 거래 가격과 자금 출처를 둘러싼 시장의 검증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거래는 홍 명예관장의 상속세 관련 재무 부담을 줄이고 삼성전자 주가에 미칠 충격을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이지만, 이 회장 개인의 자금 조달 구조가 명확하게 뒷받침돼야 책임경영 강화라는 의미도 온전히 살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식 매수는 삼성 총수 일가의 전체 지배력을 확대하는 거래라기보다 홍 명예관장에게 있던 지분과 재무 부담을 이 회장에게 옮기는 성격이 강하다"며 "이 회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직접 늘렸다는 점에서 향후 등기이사 복귀와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