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아기맹수'로 알려진 한식 셰프 김시현이 자신의 스승인 고(故) 통영음식문화연구소장을 떠나보내며 깊은 그리움을 전했다.
고 이상희 소장은 지난 28일 별세했다. 향년 63세. 발인은 30일 경남 통영 새통영병원장례식장에서 엄수됐으며, 고인의 장지는 거제 늘푸른수목원이다.
김시현은 지난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고인과 함께한 추억이 담긴 사진 여러 장과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먼저 그는 평생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후대에 전하는 데 아낌이 없었던 스승의 모습을 떠올렸다. 김시현은 "일생을 바쳐 일궈 온 것들을 하나도 아까워하지 않고 다음 세대에 어찌하면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시고, 그것들이 너무 옛것으로만 느껴져 새로운 세대들에게 반감이 들까 예쁘고 쉬운 말들로 가다듬어 들려주시던 얘기들"이라며 고인을 추억했다.
고인이 자주 들려주던 가르침도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는 김시현은 "'요리는 이치다. 인생도 이치다. 싱거우면 소금이 필요하고 힘들면 쉬어가라'는 말이 아직도 깊이 배어 있다"며 "선생님 덕분에 발견한 세상은 알던 것보다 더 다양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존재했고, 식견은 물론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스승과 함께했던 통영에서의 시간도 하나씩 되짚은 김시현은 매일 아침 새벽시장에서 만난 이상희 소장이 누구보다 활기찬 모습으로 상인들과 어울렸다고 회상하며 "마치 서호시장이 모두 한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적었다.
이어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선생님의 눈빛을 마주하고 음식을 맛본 뒤 무작정 배우고 싶다고 귀찮게 했는데 수년간 뵈러 갔던 모든 날에 양팔 벌려 반겨주시던 모습도 잊을 수 없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김시현에게 이상희 소장은 단순히 요리를 가르친 스승 이상의 존재였다. 그는 "이렇다 할 내세울 것이 없을 때 든든한 증명서가 되어주시고, 저보다 더 저에 대한 확신을 가져주신 선생님"이라며 "소식을 접했을 때 제 자신감이 떠나간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방송 출연을 앞뒀을 당시 자신보다 먼저 상처받을 것을 걱정해줬던 스승의 모습도 떠올린 김시현은 "혹여나 뾰족한 시선을 마주해 생채기가 날까, 좋아하는 일이 미워질까 걱정해주셨던 날이 기억난다"며 "그 말에 든든한 방공호가 생긴 것처럼 더 자신 있게 무언가를 해낼 힘이 생겼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에게 통영은 스승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곳이었다. 함께 소쿠리를 들고 나물을 캐러 다녔고, 다음에는 '미라이모'와 함께 소풍을 가자고 약속했던 기억도 꺼냈다.
김시현은 "파인다이닝 일을 시작하고 힘들고 바빠 잊을 뻔했던 본질을 늘 새겨주시고, 곧은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 해주신 선생님"이라며 "과연 선생님이라는 의미를 이토록 깊게 느낄 수 있는 경험자가 몇이나 될까"라고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냈다.

마지막 만남에 대한 기억을 회상한 김시현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그 길로 바로 통영에 갔다"며 "선생님 손을 붙잡고 엉엉 울었는데 그때조차도 '시현이는 잘할 거야'라며 응원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집에 가려고 인사드릴 때는 곧 서울에서 보자며 인사해주셨는데 아마 평생 못 잊을 약속이 될 것 같다"며 "선생님 보고 싶어요"라고 마지막 그리움을 전했다.
두 사람의 각별한 사제 관계는 지난 4월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서도 공개됐다. 당시 김시현은 통영을 찾아 요리 스승 이상희 소장과 함께 직접 나물을 채취하고 통영 음식을 배우며 남다른 존경과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김시현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에 '아기맹수'로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이후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이상희 소장과의 오랜 사제 인연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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