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홈플러스, 채워야 할 것은 매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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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우는 매대에 오르기도 전에 팔려나갔다. 추가 물량을 기다리는 고객 100여명은 정육 코너를 에워쌌고, 직원이 이동식 진열대를 끌고 나오자 일제히 상품으로 손을 뻗었다.

지난 13일 정식 영업을 재개한 홈플러스 영등포점의 풍경이다. 계산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직원들은 새로 들어온 상품을 진열하느라 분주했다. 임시휴업 전의 활기를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몇 걸음 떨어진 생활용품 코너의 모습은 달랐다. 세제와 생리대 등이 놓인 선반은 곳곳이 비어 있었다. 델리와 초밥 코너에도 '상품 입고 준비 중'이라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같은 매장 안 '완판'과 '공백'이 공존했다.

홈플러스는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해 전국 67개 점포의 문을 다시 열었다. 재개장 첫날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6% 늘었다. 고객 수도 15% 증가했다. 적어도 소비자 수요가 사라져 홈플러스가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됐다.

고객들은 할인 상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카트도 쉴새없이 움직인다. 고객들은 홈플러스에 다시 기회를 주고 있다. 이제 답해야 할 쪽은 홈플러스다.

문제는 고객이 찾아오게 만드는 것을 넘어 계속해서 불러들일 수 있느냐다. 대규모 할인행사로 단기간 매출을 끌어올릴 수는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상품 공급과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

곳곳에 남아 있던 빈 매대도 단순한 재고 부족으로만 볼 수는 없다. 홈플러스의 위기 과정에서 흔들린 공급망과 납품업체의 불안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납품업체들은 미지급 상거래 공익채권 약 7900억원의 구체적인 변제 재원과 일정을 밝혀달라고 법원에 요구하고 있다. 임직원 역시 회사의 유동성 부담을 덜기 위해 임금과 상여금 지급을 한시적으로 미루며 고통을 나누고 있다. 점포의 문이 다시 열리기까지 적지 않은 이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그런데도 홈플러스가 내놓은 회생계획은 여전히 점포 매각과 향후 추가 차입을 전제로 한다. 예정된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가정에 기대고 있다.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노동자와 납품업체, 채권자가 또다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2000억원의 자금은 홈플러스가 다시 영업할 시간을 벌어줬다. 그러나 빌린 돈으로 문을 연 것 자체가 정상화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경영진은 이해관계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기에 앞서 납품대금 변제와 수익성 회복 방안을 구체적인 숫자와 일정으로 증명해야 한다.

고객이 돌아올 것인지는 이미 확인됐다. 이제 홈플러스가 보여줘야 할 것은 상품을 통한 고객과의 약속 이행과 물건을 공급한 이들에게 제때 대가를 지급할 능력이다.

홈플러스가 채워야 할 것은 상품만이 아니다. 위기 과정에서 무너진 신뢰까지 채워야 비로소 재개장을 정상화라고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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