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직 사퇴] 개혁신당, 독자 생존과 보수 재편 갈림길

시사위크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이후 추진한 당의 자강과 쇄신 방안이 내부의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 사진=김두완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이후 추진한 당의 자강과 쇄신 방안이 내부의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방선거 이후 당의 자강과 쇄신을 위한 제안이 내부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창당 이후 당의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적 구심점 역할을 해온 이 대표가 지도부에서 물러나면서 개혁신당은 독자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놓고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자강·쇄신 합의 실패… 개혁신당 내부 이견 드러나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개혁신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선거 이후 석 달 남짓 당의 자강과 쇄신을 위한 고민과 제안을 해왔지만 당 안에서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설득해내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표인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향에 대한 합의 없이 미룰 수 없는 정치 일정을 맞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제가 오히려 당내 다른 구성원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가로막고 있었다면 그 자리를 비우는 것이 당을 위해 선택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탈당하거나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지는 않는다. 그는 “한 사람의 당원으로, 동탄2신도시의 국회의원으로 제자리에서 할 일을 하겠다”며 후임 지도부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준비한 회견문을 읽은 뒤에는 별도의 백브리핑이나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번 사퇴는 6·3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넘어 개혁신당의 향후 진로를 둘러싼 내부 이견이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표가 회견문에서 당의 자강과 쇄신을 거듭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제안 내용과 이에 반대한 당내 인사들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경기·인천·부산·대구·대전·세종 등 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냈지만 모두 패했다. 전국적으로 확보한 지방의원은 이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경기 화성의 기초의원 1명에 그쳤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14곳 가운데 9곳에는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전국 조직의 한계도 드러냈다.

여기에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정이한 씨가 피습 자작극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당의 도덕성과 후보 검증 능력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 이후 조직 재정비와 차기 총선 준비 방안을 제시했지만 당내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결국 대표직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회견문을 읽은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 사진=김두완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회견문을 읽은 뒤 별도의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 사진=김두완 기자

◇ 당에 남는 이준석… 당장 합당보다 ‘불안한 동거’

이 대표가 평당원으로 남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퇴를 국민의힘 복귀나 양당 합당의 신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는 후임 지도부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표직 사퇴 이후 자신의 구체적인 당내 역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대표직 사퇴 이후에도 이 대표의 발언과 행보가 당의 공식 노선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경우 새 지도부와의 관계 설정이 또 다른 과제가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당내 최대 정치적 자산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후임 지도부가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면 ‘대표는 바뀌었지만 실질적인 중심은 그대로’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새 지도부가 이 대표와 다른 방향을 선택하면 당내 인사들의 거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독자 노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소속 인사들이 국민의힘에 개별 합류하거나 보수진영 내 다른 세력과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의 간판은 유지되더라도 정치적 기능이 약해지는 사실상의 공중분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개혁신당과 국민의힘은 최근 국회에서 대여 견제를 위해 일부 사안에 보조를 맞춰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각의 부정선거 주장과 당 운영 방식 등을 놓고는 뚜렷한 거리를 유지했다. 양당이 모두 보수 유권자를 기반으로 하지만 현재 지도체제와 정치적 노선 차이를 고려하면 당장 통합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개혁신당의 위기가 보수 재편의 불씨가 될지는 국민의힘의 향후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국민의힘이 기존 노선을 유지하면 개혁신당이 중도·청년층을 겨냥한 별도의 보수정당으로 남을 공간이 생길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 비주류와 개혁보수 인사들이 새로운 연대를 모색할 경우 개혁신당의 조직과 현역 의원들이 정계개편의 한 축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개혁신당은 당헌에 따라 후임 지도부 선출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제안했다는 자강·쇄신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차기 지도부 구성, 대표직 사퇴 이후 이 대표의 당내 역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개혁신당의 독자 노선 유지 여부와 보수진영 내 연대 논의의 향방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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