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전국 팔도'를 소재로 노래 만든 이유요? 솔직히 전국 행사를 노린 게 맞아요.(웃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무대가 줄어드니 '내 상품 가치를 스스로 올려야겠다'는 절박함이 들더라고요. 강원도 가면 강원도 노래, 전라도 가면 전라도 노래를 부르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데뷔 13년 만에 생애 첫 정규 1집 '은가은의 전국 팔도'를 들고 돌아오는 가수 은가은을 만났다. 솔직함으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채운 은가은. 성악에서 록, 발라드, 댄스를 거쳐 마침내 안착한 트로트라는 둥지. 그 안에서 은가은은 더 이상 예쁜 척하는 '미녀 트로트 가수'에 머물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단 20일 만에 18kg을 감량했다는 그는 뼈를 깎는 다이어트의 고통을 털어놓으면서도 목소리 한구석에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어떻게 뺐냐고? 그냥 굶고 운동했다. 배에 아이를 품고 있던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노래를 못 하니 미치겠더라. 아이가 이제 앉아서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니 '지금이다, 나가서 노래해야겠다'며 나왔다. 아이 엄마가 됐다고 해서 가수 은가은의 자리를 결코 잃고 싶지 않았다."

이번 정규 앨범은 그야말로 '은가은의 피와 땀'으로 가득 차 있다. 기획부터 콘셉트, 전곡 작사·작곡, 자켓 사진 선정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KBS 라디오 '은가은의 빛나는 트로트' DJ를 맡으며 전국 각지 청취자들의 사연 속 사투리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나이 들면 왜 꽃이 좋은지, 왜 자식들에 잔소리하는지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라디오 사연에서 다 가져왔다. 시장 상인 분들, 일하느라 공연장에 못 오시는 분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아날로그 버스킹도 돌 생각이다."
남편 박현호와의 호흡은 앨범의 든든한 축이다. 타이틀곡 '전국 팔도'의 가사가 풀리지 않아 포기하려던 순간, 장난기 넘치던 남편의 말장난에서 영감을 얻어 단숨에 곡을 완성해냈다. 남편은 앨범 전곡의 보컬 디렉팅까지 맡으며 완벽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행복의 이면에는 지독한 악플과 가짜뉴스의 그림자도 짙었다.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2'를 통해 갓난아기와의 일상을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은 일종의 '정면 돌파'였다.
"터무니없는 가짜뉴스와 무속인들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가슴이 찢어졌다. '남편을 잡아먹는다', '성격이 더럽다', '남편이 재벌이다' 같은 말도 안 되는 억측들에 너무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난 어릴 때부터 정말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왔다. '우린 절대 그런 사람들이 아니고 이렇게 치열하고 예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세상에 당당히 증명하고 싶었다."

긴 연습생 생활, 또 다른 긴 무명 시절을 견뎌내며 우울과 시련을 음악의 자양분으로 삼았던 은가은. "예전에는 무슨 일만 터지면 '내가 그렇지 뭐' 하며 체념하는 게 버릇이었다. 그런데 고통을 다 지나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품에 안아보니, 내가 겪은 그 모든 힘듦의 종착지가 바로 이 아이를 만나기 위함이었구나 싶더라."
어두웠던 긴 터널의 끝에서 가족이라는 확실한 원동력을 얻은 은가은. "내 노래가 잘돼서 훗날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고, 남편도 가수로서 함께 더 높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절박함마저 유쾌한 에너지로 치환해 버리는 이 단단한 가수의 전국 팔도 유랑은 이제 막 진짜 닻을 올렸다.
은가은의 첫 정규 앨범 '은가은의 전국 팔도'는 24일 오후 6시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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