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1루쪽 밟고 던지다 가운데로 옮겨봤는데…”
자타공인 KBO리그 최고투수 안우진(27, 키움 히어로즈)은 3년만의 복귀 시즌을 잘 보내고 있다. 물집에 이어 등에 담 증세로 시즌 도중 두 차례 1군에서 빠졌다 돌아왔지만 잔부상 수준이다. 구단이 에이스를 철저하게 아낀다는 증거다.

그런데 한참 좋던 2021시즌 중반부터 2023년까지의 그 모습과 약간의 거리는 있었다. 스피드는 158km 수준까지 회복했는데 얻어 맞는 경기가 꽤 나왔다. 더 이상 안우진의 빠른 공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결정적으로 안우진도 ABS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안우진은 강력한 포심과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체인지업과 커브도 던지지만 완성도가 슬라이더만큼은 아니다. 포크볼도 던질 줄은 알지만, 봉인한 상태다.
슬라이더는 횡으로 움직인다. 좌우가 좁은 ABS에서 슬라이더만으로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콜을 못 받으면 결국 포심이든 슬라이더든 무슨 공이든 가운데로 공을 던질 수밖에 없다. 우투수가 우타자 몸쪽 코스로 능숙하게 공을 던지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BO 투수 출신 강리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포볼왕 강윤구’를 통해 그래도 안우진 정도의 투수라면 우타자 상대 몸쪽 승부를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좌타자 승부는 잘 한다. 포심과 체인지업이 있다. 또 좌타자 상대 몸쪽은 과감하게 파고든다.
11일만에 돌아온 22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 안우진은 시종일관 우투수에게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했다. 김도영에게 사구가 나왔지만, 위기서 김호령에게 몸쪽 빠른 공으로 범타를 유도했고, 컨택이 좋은 김선빈에게도 몸쪽 승부가 통했다.
그런데 가장 극적인 변화는 주무기 슬라이더였다. 이날 안우진은 슬라이더 28개를 던져 무려 21개를 스트라이크로 잡았다. 슬라이더 제구가 탁월한 선수인데, ABS 스트라이크 콜을 많이 못 받아내는 고민을 해결했다.
비밀은 투구판을 밟는 위치 변경이다. 안우진은 22일 경기를 마치고 “1루쪽 발판을 밟고 던지다가 가운데로 옮겨봤는데, 그게 좀 (스트라이크 콜이)걸리는 것도 생긴다. 슬라이더를 자꾸 쓰다 보면 패스트볼에 가깝게 무뎌졌는데 누르는 것에 신경을 썼다. 원하는 각도로 잘 떨어졌고 스윙도 나와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했다.
그동안 안우진은 1루쪽 투구판을 밟고 우타자 기준으로 가장 멀어보이게 슬라이더를 구사했다면, 이젠 가운데를 밟고 우타자 기준으로 조금 덜 멀어보이게 슬라이더를 구사했다. 이러니 스트라이크 콜을 더 받아냈다는 얘기다. 물론 움직임이 무뎌지면 장타를 맞을 위험은 있다. 그러나 안우진이 컨디션이 좋으면 슬라이더 실투는 거의 없다. 160km에 육박하는 포심보다 더 위력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안우진은 “투수코치님도 슬라이더 각이 무뎌지다 보니 이쪽으로(가운데 투구판 밟고) 와서 출발하면 살아나지 않을까 했는데 괜찮았다. 김도영 상대로는 어제 (하)영민이 형도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지더라. 하나 맞는다고 생각하고 던졌는데 카운트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결국 안우진은 포심과 슬라이더로 KIA 타자들에게 우위를 점했고, 자연스럽게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주도권을 갖고 구사할 수 있었다. 백도어 슬라이더까지 던졌다. 이날 투구는 마치 2022~2023년 한창 압도적인 시절의 모습과 같았다. 언터쳐블이었다.
안우진은 “심플하게 준비했다. 이번에 휴식할 때 공을 많이 던져서 감각적으로 도움이 됐다. 항상 2~3년전 모습처럼 던지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됐던 부분도 있다. 난 그걸 미세균열이라고 하는데 캐치볼 할 때부터 많이 신경을 썼다. 변화구 스트라이크가 잘 들어가서 평소보다 덜 힘들었다. 체인지업도 헛스윙이 많이 나왔고, 커브도 회전수가 잘 나왔다”라고 했다.

안우진이 그렇게 스스로 큰 산 하나를 넘어섰다. KBO리그 언터쳐블 최고 에이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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