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신축 대신 인수…제약바이오, 생산거점 확보 속도

마이데일리
/부광약품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인수 대상이 신약 후보물질과 기술에서 생산시설로 넓어지고 있다. 신규 공장을 짓는 대신 이미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갖춘 생산시설을 인수하거나 관련 공장을 보유한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상업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생산과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시설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과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최근 기업 또는 생산시설 인수를 통해 생산 기반 확충에 나섰다. 과거 신약 후보물질이나 플랫폼 기술에 집중됐던 제약바이오 업계의 인수 대상이 생산 인프라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부광약품은 한국유니온제약을 인수하며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 1월 스토킹호스 방식의 공개입찰을 거쳐 약 300억원에 유니온제약의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 뒤 최근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유니온제약이 보유한 원주공장은 내용고형제 연간 3억정, 액상주사제 1500만앰플, 세파계 분말주사제 830만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는 GMP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존 부광약품 안산공장의 생산능력은 내용고형제 10억정, 액상주사제 1000만앰플 수준이다.

원주공장을 더하면서 내용고형제 생산능력은 약 30% 늘고, 주사제 생산능력은 기존의 약 2배 수준으로 확대된다. 특히 안산공장에 없던 세파계 항생제 전용 생산라인까지 확보하면서 신규 설비 투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인수 효과는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광약품은 유니온제약에 위탁생산한 복합파자임정을 지난 6월 처음 출하했으며, 8월부터 추가 품목 생산도 확대할 계획이다. 복합파자임정은 기존 외부 업체에 위탁하던 제품으로, 앞으로 유니온제약에서 전량 생산한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향후 양사의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외주 생산 제품을 내부 생산으로 전환해 생산 효율을 높일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도 함께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시설. /셀트리

셀트리온은 3억3000만달러(약 4600억원)를 들여 일라이 릴리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해당 공장은 약 6만6000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췄다. 셀트리온은 생산시설과 함께 기존 인력과 운영 경험까지 확보했다.

인수 이후에는 릴리와 약 6700억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해 초기 가동률 부담도 낮췄다. 향후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체 제품의 현지 생산기지로 활용할 경우 공급망 안정성과 물류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올해 3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생산시설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금액은 2억8000만달러(약 4100억원)다. 록빌 캠퍼스에는 총 6만리터 규모의 cGMP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이 있으며 임상용부터 상업용 바이오의약품까지 생산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시설과 함께 500명 이상의 현지 인력을 승계하고 기존 GSK 제품 생산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단기간에 확보하고 현지 고객 대응과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세 회사의 인수 형태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이미 GMP 체계를 갖춘 생산 기반을 확보해 상업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였다는 점이다. 특히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통해 현지 대응력을 높이고 물류·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신약 파이프라인뿐 아니라 이미 생산 경험을 갖춘 GMP 시설 자체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며 “새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이면서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한 인수 사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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